체감 온도는 여름인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가을인 여름과 가을 사이 그 어느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 그가 나를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셔주던 그 날이 기억난다.
멀리 가길 좋아하지 않던 그가 싫어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외곽으로 바람 쐬러 같이 가주던 날이 생각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도 나를 위해 기꺼이 맞춰주고
이것 저것 수도 없이 요구하다 제 풀에 지쳐 미안하다고 하는 나를 미소로 받아주던 그가 생각난다.
우리에게도 푸르른 여름이 있었는데
눈 떠 보니 사랑했던 추억만 남겨지고 그가 없는 휑한 가을이 되어버렸다.
바래진 입사귀들 사이 군데 군데 숨어있는 초록 잎들처럼
아직은 조금 남아있는 사랑했던 추억들마저 점점 없어지는 이 계절의 변화가 야속하다.
이 가을이 지나면 그도 사랑도 추억도 없는 겨울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