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걷는 봄 · 여름 · 가을 · 겨울
우리 가족은 고양이 셋을 데리고 산책을 다닌다. 다같이 동네를 돌면서 고양이들은 풀도 뜯어 먹고, 나무에 스크래칭 하고, 냄새를 맡고 영역 표시를 한다.
집 앞에 바로 산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은 계절엔 다같이 깊은 산속까지 들어갔다가 오기도 한다. 고양이들은 풀밭에서 우다다 뛰어놀기도 하고, 쓰러진 나무에 올라 스크래칭하며 휴식을 하다가 돌아온다.
쭈꾸는 산책 중에 다른 고양이를 만나면 쫓아가기도 한다. 우리집 주변은 본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큰 수컷 고양이들이 오면 쫓기기도 하는데, 그래도 수컷 고양이들이 암컷은 공격하지 않는다.
가끔 주변에 있는 주말 농장에 강아지들이 놀러와서 뛰어노는데, 한 번은 우리 아이들이랑 마주친 적이 있다. 강아지들이 덩치가 더 크고 활동성이 커서 걱정했는데, 쭈꾸가 털을 부풀리고 옆으로 걸으며 ‘으르르르’ 소리를 내니 강아지들이 덤비지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고양이들의 강한 모습은 사냥할 때도 확인할 수 있다. 쭈꾸나 반이는 산책을 나가면 종종 베란다에 쥐나 참새를 물어다 놓는다. 예전에 반이는 자기 몸보다 큰 새를 산 채로 물고 온 적도 있었다. 같이 산책을 다니다 보면 풀 숲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리면 몸을 낮추고 다가가서 한참을 대기하곤 한다. 어느날은 산 쪽에서 뱀이 나온 적이 있다. 난 뱀을 보고 몸이 얼었는데, 쭈꾸는 신이 나서 다가가더니 바로 잽을 몇 번 날려 뱀을 쫓아버렸다. 고양이의 동체시력과 반응속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또 산책을 다니다 보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데, 쭈꾸와 반이는 한 쪽으로 잘 피한다. 왕이는 아직도 어설픈데, 차가 다가오면 뚫어지게 마주보다가 집 쪽으로 뛰어오기도 하고 마주보다가 차 속도가 빠른 경우 한 쪽으로 급하게 피한다. 그래서, 왕이는 혼자 내보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