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수제화 공방
층마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쬐그만 화장실이 달려 있다. 그나마도 자주 막혀서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구두 공방이 위치한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아주, 아주, 아주 낡은 건물. 하지만 임대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문 안에선 메리야스를 입은 두 장인이 마주 앉아 가죽에 본드칠을 하고 있다. 본드는 열로 녹여서 써야 한다. 열기에 습기까지 질퍽한 바깥 날씨는 31도. 시원찮게 돌아가는 선풍기 한대론 열을 식히기에 택도 없다. 주름진 얼굴이 벌겋다.
"손만 찍으면 돼? 얼굴은 안 찍어도 돼? 아 얼굴도 찍을 거면 넥타이 매고 오게"
농을 던지며 눈을 맞추면서도 뭉툭한 손끝은 휙휙 쉽게도 가죽을 다룬다. 수십 년 동안 다듬어진 정교한 장인의 손.
- 팀장님 요즘 성수동 뭐 핫플레이스잖아요. 공장들 괜찮나요?
= 네 젠트리피케이션이... 왔죠. 그래서 공장이 많이 나갔어요. 지금 가죽에서 부자재 공장까지 합하면 뭐 600개 정도?
- 음? 진짜 많네요?
= 제일 성수기 있을 땐 1200개 정도?
- 아.....
서울은 중요한 많은 것을 몰아내고 있다. 서울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들. 예술가와 장인을 뱉어낸 자리엔 뭐가 채워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