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서민정을 보며 격한 공감을 느꼈던 오늘

by 봄봄

항상 운동하다가, 까페서 차마시다 짬날 때면 폰으로 글을 쓰곤 했는데, 컴퓨터 앞에 자리잡고 앉아 글쓰기는 오랜만인듯.


얼마전 이방인이라는 프로그램에 하이킥으로 유명했던 배우 서민정이 나오는 것을 보다가, 울컥 했었다. 사실 뉴욕가서 잘사나보다, 라고만 생각했었고, 기사 댓글들 보면 저 동네가 비싸네, 집값이 어마무시하네, 하는 글도 봤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걸 이제는 안다고 해야하나. 보고 난 내 느낌은 짠했다-라고 한줄 요약 할 수 있을것 같다. 같이 본 내 친구들도 어딘가 외로워보인다고들 했었고...

특히 지하철에 혼자 작고 덩그마니 서있는 모습이 많이 외로워보였다.


그리고 인터뷰 하는 도중에 나온 말이 내 무릎을 치게 했는데...

"뉴욕에 살면, 항상 5키로 정도가 쪄요. 한국에서는 항상 잘 돌아다니고 씩씩한 사람이었는데, 여기 와서 너무 무기력한거예요. 그래서 안정적이지 못하고 항상 불안하고..별로 먹는게 없는거 같은데 미국에선 5키로 쪄있는데, 한국가면 아무것도 안해도 도로 빠져요."

독일에 온 후 나 또한 체중이 많이 불었다. 원래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라 살이 좀 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살이 찌니 왠지 더 다운되는 것 같고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그래서 먹는 걸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


그런데 내가 늘 독일엔 먹을게 없다,독일 음식 맛없다, 외식비는 비싼데 맛은 왜이리 없냐, 하면서도 왜 살이찔까를 생각해봤는데 서민정씨가 이유를 정확히 짚어준것 같다. 외국이고 모든 게 낯설고, 불안정한 기분이 항상 저변에 깔려있다. 분명 좋은 점도 많은 나라지만 내가 항상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돈다.

신랑이 아무리 잘해줘도 오래 사회생활 한 나로서는 친구도 필요하고 가족도 필요하고 일도 필요한데, 그게 충족이 안되니 심적 미충족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결국 먹는걸로 푼다. 그것또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곳에 온 후 초콜릿 같은 달다구리를 예전보다 더 찾는다.


한국에서 회사생활할때는 너무 바쁘니 삼시세끼 다 밖에서 먹고, 점심은 당연히, 저녁은 야근때문에, 심지어 아침도 좀 빨리 나오면 회사 근처 따끈한 스프나 죽집에서 먹고 회사 들어가고, 평소엔 샌드위치로 대신하던 때라 외식이 더 잦고 오래 앉아있어서 살이 더 쪘어야 정상일 것 같다. 그런데 밖 음식도 내가 하는 음식도 아직도 요리 초보라 딱히 맛이 있는게 아닌데도 독일에서는 더 많이 먹게 된다.


그게 불안해서 였던것 같다.

독일 생활 초반에는 정말 길거리만 나가도 왠지 날 쳐다보는 것 같고, 언어가 안통하니 웃음으로 때워야하고, 아이가 된것 같고, 신랑에게 모든 걸 의존해야하는 무기력한 존재가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할수 있는게 어학원 다녀와서 하루종일 요리를 하는 거였는데, 내가 원래 요리에 소질이 없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한게 요린데 신랑이 맛없다고 하면 그게 그렇게 서운할수가 없는거다.

내 입맛에도 맛없었을 때니 할말은 없지만, 그냥 내가 뭔가 인정받을 수 있는게 그것뿐이었기에 요리를 정말 삼시세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근데 또 내가 인정받을게 그거 말고 없다는 게 서글프기도 했다. 그래서 서민정이 왜 저렇게 요리를 열심히 하는지 난 너무 이해가 간다. 그리고 가슴이 아팠다.내 독일생활 초반을 보는 것 같아서...


고립되지 않으려고 여기 온 초기 10개월 가량은 독일어에만 올인했고,그 결과 대학도 들어가고 이제 일상생활에서 독일어가 안되서 힘든 일은 별로 없다. 뭘 사든, 간단한 대화를 나누든, 병원을 가든 내 일은 내가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와 2~3시간 수다를 떨고 아, 스트레스 시원하게 잘 풀었다 라고 할만한 독일어실력은 아니기 때문에(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음;;) 여전히 독일친구 여럿이 모여있는 곳에서 같이 놀려고 하면 힘들다.


어찌보면 남의 나라 와서 1년 반 되서 아~편하다, 여기 내 나와바리같다 하는게 더 이상한 일이고, 이 과정이 어느 이민자나 겪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영원히 이방인이고 싶진 않다.

내 11년 후는 어떨까. 그때 독일어가 힘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친구도 소통이 되야 사귀지 여기서 아무리 영어 써봤자 결국 독일어 못하면 그들의 inner circle에 못들어간다는걸 너무 깊이 느꼈다. 가뜩이나 생김새도 문화도 다른데..


일을 하지 않고 살림하고 애기를 키우는것도 중요한 일이고 인생의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주부로 살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취미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소통, 자신감, 따뜻한 인간관계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생이 사실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 재미, 좋은 사람들과 식사하고 차한잔, 술한잔 하며 대화하는 재미, 소박하지만 작게 하루하루 성취하고 나누는 재미 아닌가?

직업적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이 3가지 재미를 놓치면 나 자신이 행복할 수 없고, 그럼 '우리'의 행복도 없다는, 그런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삶에 정답은 없지만,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도 노력해야한다는 것. 되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