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레터
젊은 시절 뜻을 품고 10년간 현실감 없이 살았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더 이상 이 길을 가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마음이 바뀌니 그동안의 삶이 180도 달리 보였다. 결국 뜻을 접고 현실로 돌아왔다.
30대 중후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 경제 활동이 필요해서 보험 세일즈를 시작했고, 이후 수년간 1인기업을 운영했다. 어느덧 마흔이 된다.
난 독신주의자에 가까웠다. 40살이 되도록 제대로 연애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홀로 지내는 것이 편해서, 누군가에게 곁을 내어주는 건 오히려 번거로웠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지인 소개로 만났다. 수년 전 인연이 잠시 있었던 사이라 금방 친해졌다.
그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무엇을 해도 행복했다. 이런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결혼을 결심했다. 그해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식을 올렸다.
다음 해 딸아이가 태어났다. 우린 둘째를 원했지만 유산 등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홀로 지내던 유라는 동생을 너무 원했다. 우리가 낳기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하니,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며 1년은 졸랐다. 그렇게 복실이가 운명처럼 우리 집에 왔다.
지금은 복실이 포함 4식구가 함께 산다. 혼자의 삶이 편하게 여겨졌던 때가 언제였는가 싶다. 이제는 1명만 없어도 집이 텅 빈 듯 허전했다.
평생 홀로 지냈다면 왠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지금처럼 여럿이 살다 홀로 지내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모든 게 기적이고 감사다.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