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수업
“아빠, 왜 나만 혼나는 것 같아?”
딸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떤 잘못을 했든, 동생이나 친구도 비슷하게 했을 텐데 왜 자신만 지적받느냐는 뜻이었다. 난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그건 어른도 자주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왜 나만 힘든 일을 맡아야 해?”
“왜 나만 손해를 봐야 해?”
아이의 질문은 사실 어른의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의 세상은 늘 비교 속에 있다. 누가 더 혼났는지, 누가 더 칭찬받았는지, 누가 더 억울한지. 그 속에서 아이는 ‘공정’이라는 단어를 배운다.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때, 세상이 나를 향해 등을 돌린 듯한 마음이다.
나는 딸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고 싶었다.
“유라야, 너만 혼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
그런데 사실은 그게 ‘너만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빠랑 엄마가 너를 더 믿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
나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태권도장에서 유라가 똑같이 실수했을 때,
선생님이 그냥 넘어가면 어땠을까?
‘이 정도는 괜찮구나’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선생님이 지적해준 건,
유라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야.
혼나는 건 네가 기대를 받고 있다는 뜻이야.”
딸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억울한 기분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지만,
마음에 작은 이해의 싹이 튼 것 같았다.
나는 덧붙였다.
“혼나는 게 기분 나쁘고 속상할 수 있어.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순간에 멈추는 게 아니라
‘내가 조금 더 잘할 수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혼나는 게 너를 비난하는 게 아니야.”
그 말을 하면서도 난 스스로 다짐했다. 아이를 혼낼 때, 정말 그 아이의 가능성을 믿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내 피곤함과 짜증을 쏟아내는 건 아닌가. 아이의 말은 늘 부모를 돌아보게 한다.
“유라야, 아빠랑 엄마가 너를 혼내는 건
네가 잘못해서만은 아니야.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야.
만약 우리가 너한테 전혀 관심이 없다면,
혼내지도 않고 그냥 내버려 뒀을 거야.”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네가 혼나는 순간에도, 우리는 네 편이야.
혼내는 건 네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너를 더 믿고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을 끝내 다 하지 못했지만, 딸은 이미 느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이는 혼나면서도 부모의 눈빛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그 눈빛 속에 사랑이 있느냐, 실망만 있느냐. 그 차이를 아이는 누구보다 빨리 알아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