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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교실에서 배운 건 노래보다 용기였다

투자 인문학

by 안상현

가곡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아마추어 학생들이 이달 말, 작은 무대에 오른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떨고, 누군가는 설렘으로 연습을 이어간다. 나 역시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어제 수업이 끝날 무렵,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여러분 대부분이 50이 넘은 분들이죠. 지금까지는 각자 스타일대로 노래를 불러오셨잖아요. 이제 겨우 몇 달 또는 몇 년 배웠는데 잘되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10년 이상 꾸준히 배우고 부른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겁니다. 그러니 편하게, 즐겁게 불러주세요.”


그 한마디가 참 따뜻했다. ‘지금 당장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좀 풀렸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오랫동안 우리를 버티게 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의 속도는 느려지지만 배움의 의미는 깊어진다. 젊을 땐 결과가 중요했지만, 이젠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 더 소중하다. 무대는 완벽함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자리다. 노래를 통해 ‘지금의 나’를 솔직히 드러내는 용기, 그게 진짜 무대의 의미 아닐까.


50이 넘어서도 새로운 걸 배우는 사람은 이미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조금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투자든 글쓰기든 노래든 요리든, 모든 배움에는 유통기한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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