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것

투자 인문학

by 안상현

주식 시장에는 오래된 격언 하나가 있습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바닥과 꼭지는 예측할 수 없으니, ‘적당히 싸졌을 때 사고, 적당히 비싸졌을 때 팔라’는 뜻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무릎이 어딘지도 모르고, 어깨가 어딘지도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실제 투자에선 이 격언을 알아도 실천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을 오늘의 투자 환경에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요즘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릎을 맞히려 하지 마라.” 행동재무학에서는 바닥 구간을 ‘무릎이 보이는 시점’이 아니라 “공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폭락의 한가운데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락을 멈추고 상승 쪽으로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 실제 투자자가 잡아야 하는 ‘무릎’이라는 것이죠. 많은 투자 코치들이 말하는 전략도 같습니다. “저점에서 반등할 때 매수하는 것이 무릎을 사는 것이다.” 이 해석은 실제 전문가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버전입니다.


그렇다면 ‘어깨에서 판다’는 무슨 의미일까? ‘어깨’ 지점도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① 상승의 힘이 꺾이기 시작할 때

주가가 더 오르지 못하고 옆으로 횡보하거나, 박스권의 위를 돌파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때. 이때가 바로 “어깨”라는 해석입니다.

② 시장에 탐욕이 가득할 때

모두가 ‘이제는 무조건 오른다’고 말하는 시점은 이미 상승이 마무리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③ 지표가 꺾일 때

거래량 감소, 기관/외국인 순매도, 업종 힘 약화 등 기반이 흔들릴 때를 ‘어깨 흔들림’으로 봅니다.

즉, “고점에서 떨어지는 순간에 매도하라”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이 말은 ‘예측하지 말고 반응하라’는 뜻입니다. 이 격언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바닥과 꼭지는 예측하는 게 아니라, 관찰하는 것입니다. 바닥(무릎)은 공포가 줄어드는 순간이 보입니다. 고점(어깨)은 탐욕이 멈추고 힘이 꺾이는 순간이 보입니다.


결론은,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것은 바닥과 고점을 맞히라는 뜻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 변화’를 확인하고 대응하라는 뜻입니다.

keyword
목요일 연재
이전 06화버크셔의 구글 투자, 중년 투자자에게 던지는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