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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크랜디아 Sep 19. 2022

네가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딸에게 해주고픈 가지가지 이야기 #6

요즘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인 ‘금쪽같은 내 새끼’를 종종 보곤 해. 아마 동시대를 사는 아이 가진 부모라면 안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부모라면 알아야하는 금쪽같은 양육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거든.

매주 다른 상담자들이 나와 오은영박사님이라는 자녀교육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데, 유독 계속 신경이 쓰이는 아이가 있었어.

어릴 때부터 똑부러지는 성격과 귀여운 외모로 사랑을 많이 받아온 이 여자아이는 아역배우로도 인지도를 많이 쌓았어.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여전히 배우의 길을 놓치않고 있었고, 사격에도 재능을 보여 사격선수로도 활동 중이라고 했어. 꿈이 뭔지 물으니,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 최초의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 그리고 책을 써서 그 책이 영화화가 되고, 그 영화의 주인공을 자신이 맏는 것도 꿈꾸고 있다고 했지. 모두들 어린나이에 어떻게 그런 구체적이고 원대한 꿈을 가질 수 있냐며 놀라고 대견해 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은영 박사님이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어.


“자의식 과잉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아빠는 딸을 항상 특별하게 대했어. 수 많은 아역배우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아역이었고, 그래서 큰 작품들에도 출연했지. 초등학생 때 집중력이 좋아지라고 시작한 사격에서도 재능을 보이며 상을 휩쓸기 시작했어. 그 아빠의 표현에 따르면 아이는 항상 부모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데.

실제로 아이는 모든 면에서 고루 재능이 있었던 것 같아. 타고난 축복 같은거지. 그런데 그 다양한 재능이 “너는 특별해”라는 주문과 만나면 더이상 축복이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아.

"나는 뭐든지 손 대면 잘하는 사람이고, 특별한 사람이야."

 자의식 과잉은 그렇게 스믈스믈 싹을 틔워. 나는 특별한 사람이니 남들이 우와 할만한 그런 특별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말야.

문제는 여기서 생겨. 특별한 내가 특별한 인생을 가지지 못했을 때 나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닌게 되는거잖아. 그걸 견딜 수가 없어지는 거지.  "나는 특별한 삶을 살 수 있어!"라는 권리는 "나는 특별한 삶을 살아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는 거야." 라는 무거운 의무로 별안간 바뀌어버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가들에게 자의식은 기본탑재되어있지 않아. 이 세상에서 18개월 가량을 살면서 현실에 부딪히고 나서야 나와 엄마가 한몸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치는 나라는 존재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돼. 이 때부터는 평생을 함께 할 자의식이란 녀석을 건강하게 가꿔가는게 우리의 할 일이 되지.

어린 시절에는 자의식은 거대한 팬더처럼 내 몸안에 자리잡고 있어. 그래서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지. 청소년기가 되면 더 가관이야.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은 자의식 과잉의 늪에 빠지는 때가 이때야.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너에게 관심이 없다고 떠들어봤자 소 귀에 경읽기랄까. 자연스럽게 자의식이 과잉되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자의식 길들이기의 성공과 실패가 달려있어.


미국에서 널 키우면서 엄마는 늘 경계하는 것이 있어. 특별함에 너무 큰 가치를 매기지 않으려고 노력해. 대신 평범한 것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자주 얘기하려고 하지.

매사 넌 특별하다고 시종일관 얘기하는 미국의 문화에 대해 소심한 반항을 하는거지.  그렇다고 해서 너는전혀 특별하지 않다고 얘기하진 않겠지만, "너는 너무나 특별한 존재야."라는 표현보다는 "너는 이 세상에 하나 뿐인 고유한 존재야." 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자아실현은 젊은 시절 반짝 열심으로 살아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거쳐 일어나는 일이더라. 평생을 안고 가야할 자아실현이 남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일이라면 그 과정이 얼마나 괴로울까? 심지어 그 괴로움 끝에 바라던 결과, 즉 '남보다 나은 나'를 이룰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세상엔 언제나 나보다 나은 이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자아실현은 남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나, 고유한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여야만 해.  그 고유한 나는 남들이 봤을 때는 평범하기 짝이 없을 수도, 야망이 없어 보일 수도, 무언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어. 근데 그게 뭐? 그럼 어때? 그게 내가 원하는 고유한 나의 모습이라면 자아실현을 이룬거 아니겠어?


그래서 엄마는, 네가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린 모두 고유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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