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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Apr 13. 2023

초등 1학년, 엄마모임 안 하면 좋은 점

한 때는 적극 해본 입장이지만..

이미지 출처:Pixabay


큰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작은 아이는 이제 1학년이다. 이맘때쯤이면 유튜브나 맘카페등에 자주 올라오는 이슈가 있다. 초등 엄마모임, 해야 할까요? 에 대한 내용이다. 해보기도 했고 안 해보기도 한 입장에서 생각을 정리해 써보려고 한다.


우선 말해두어야 할 것은 초등 엄마모임, 노력에 따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하고 안 하고 싶다고 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모임이 만들어진다면 해야 하는 것이고 기회가 안되어 안 만들어진다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내가 볼 때는 그렇다.


큰 아이 1학년때, 엄마들 모임이 만들어졌었다. 장단점이 있겠으나 아이에게는 좋았고 엄마에게는 부담스러웠던 모임이었다. 아이는 친구들끼리 축구도 같이 다니고 엄마들 모임덕에 생긴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많았으니 좋아했다.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여행도 갔는데 아이는 너무 행복해했다.


반면,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다. 더구나 나와 직접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아이를 가운데 놓고 만나는 관계라 무척 조심스러웠다.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다가도 아이들이 싸우기라도 하면 다음날엔 냉랭함이 오가는 사이가 되었다.


엄마들끼리 사소한 것들도 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다 공유가 되고 그냥 넘어갈 만한 일에도 감정싸움이 생긴다. 막상 아이들은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낸다.


나만 잘한다고 잘 유지가 되는 관계가 아니다 보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고 장시간 커피숍 수다를 떨고 온 날에는 말 실수 한 것은 없는지 내내 찜찜했다.

 

엄마들이 모이면 할 이야기가 뭐가 있겠는가.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아이 자랑도 하지 않으려 하지만 다른 엄마들의 아이 자랑을 듣고만 있다 보면 내심 배알이 꼴리기 마련이다. 나도 은근슬쩍 자랑 섞인 말을 해놓고 집에 오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자책하느라 마음이 힘들었다.


좋은 점도 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긴장되고 별 것 아닌 것에도 걱정되기 마련인데 동지들이 생기면 마음이 든든하다. 서로 공감되는 점도 많고 힘든 일은 서로 위로해 가며 지내다 보니. 어떤 때는 친구들보다 이야기가 더 잘 통한다. 아이 덕분에 이 집 저 집 놀러 다니다 보면 더 친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관계를 유지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항상 조심스러웠고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나마 편한 관계가 되었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금, 엄마모임 같은 것이 없다. 딱히 안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타 지역으로 이사를 오는 바람에 유치원 친구도 없다 보니 그냥 그렇게 모임하나 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마음은 편하다. 아이가 학교 생활과 친구 사귀는 것에 문제가 없다면 엄마 모임쯤은 없어도 괜찮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가 만들어 준 울타리 안에서 놀지만 어차피 크면 자기 성향에 맞는 친구를 찾아간다. 큰 아이도 어느 순간 자기 성향에 맞는 친구와 노는 것을 보며 엄마가 애써 친구를 만들어주지 않아도 됐겠구나 싶었다.


또 온전한 나만의 시간도 많아져 이렇게 글도 쓰고 공부도 한다. 남는 시간만큼 아이들에게도 더 많이 관심을 가져줄 수 있다.


무엇보다 비교하지 않아 좋다. 누구는 어떤 학원 다닌다더라.. 공부는 누가 잘한다더라..  이렇게 오가는 말들이 귀에 들리지 않으니 아이와 내가 원하는 학원 한 두 개 보내며 내 소신대로 키울 수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점심 같이 먹을 사람 하나 없어 매일 혼자 점심을 먹고 커피숍 수다도 못 해 본 지 오래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채우니 심심한 것일 뿐 외롭다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결론은 엄마들 모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데.. 한다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남는 에너지는 나를 위해 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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