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도 자기 주도형으로..
우선, 글쓰기에 앞서 부동산 투자 강의를 듣고 나서 느낀, 지극히 개인적 소견임을 밝힌다. 같은 강의라도 개개인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것임으로 매우 주관적인 내용임을 참고해 읽어주셨으면 한다.
외벌이 가정의 전업주부로서 남편과 경제적인 책임을 같이 져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 지 몇 년이 흘렀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기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부동산 투자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책과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았고 자연스레 부동산 유료강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는 유료 강의를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하기도 하고 대놓고 광고를 하기도 한다. 탁월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의료가 만만치 않았다.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강의임에도 한 달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강의료를 결제해야 한다. 그러나 나중에 돈 많이 벌 건데 그 정도 돈은 아깝지 않다!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기초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조편성을 해주었고 과제도 매주 내주었다. 기초강의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보다는 사실 마인드세팅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부동산 투자를 해야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 해왔던 주식투자나 배당금 투자,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일 등등이 의미 없게 느껴졌다. 강의를 들으며 부동산 투자에 올인하겠어!라는 비장한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경제공동체 이므로 이런 내 생각을 남편에게도 주입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우리가 했던 것은 다 틀렸다. 주식이니 배당금이니 다 소용없고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일이라는 것은 투자를 위해 종잣돈을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라며 설득하려 했지만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남편에게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첫 강의를 듣고 나니 아쉬웠다. 부동산 투자에 대해 뭔가 어렴풋하게 그려지는 느낌었지만 뭔가 더 있을 것 같았고 강의를 계속 듣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조원들도 다들 다음 강의를 신청한다고 했고 나도 그 울타리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료를 만들어 같이 투자공부를 해 나갈 수 있는 이 시스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전업주부였는데 투자를 시작해 집안을 일으켰다는 강사님을 보니 롤모델로 삼고 싶었고 더더욱 이 시스템 안에서 성장하고 싶었다.
두 번째 강의도 정말 열심히 했다. 강의 듣고 임장 다니고 과제를 하니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주말에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포기한 채 임장을 다녔다. 가족들의 희생은 미래에 내가 가져올 이익에 비하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뭔가 열심히 사는 기분이 들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괜찮은 사람 같아 보였다. 부동산 투자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 루저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 강의가 끝났다. 당연히 다음 강의를 수강해야 했다. 강의를 듣지 않는다는 것은 곧바로 도태되는 것을 의미했다. 한 달 강의료가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것을 아까워하는 것은 큰 것을 보지 못하고 작은 것에만 연연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오픈채팅방에서 먼저 투자공부를 시작했다는 한 선배는 1년 동안 강의를 쉬지 않았다며 강의는 계속 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강의를 결제하려는데 남편이 제동을 걸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남편의 눈에는 내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보였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에는 강의를 이렇게 계속 들을 생각은 아니었다. 하나만 들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동료들과 같이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을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남편이 제동을 거니 일단 한발 물러났다. 한 달 정도는 쉬면서 스스로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내심 남편이 미웠다. 이 정도 지원도 못 해주나 싶어 야속했다. 한두 달 혼자 해보다 다시 강의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갖고 책을 읽는데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왔다. 부동산 투자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마치 인생의 전부인 것 마냥 착각하고 거기에 푹 빠져있었다. 또 일로서 성취를 이루는 것도 가치 있는 삶인데 일이라는 것은 노동일 뿐이고 노동 소득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으니 노동은 종잣돈을 모으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집을 10채 이상은 사야 부자가 될 수 있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내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잠깐이나마 그것을 목표로 했었던 것이 정말 옳은 생각이었을까.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다.
그러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부동산 투자강의가 가치 있는 것이었을까? 얻은 것이 있었을까?
물론 얻은 것도 있다.
첫째, 막연하기만 했던 부동산 투자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투자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투자까지 이루어지는지 상세한 사례들을 통해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었다. 직접 투자했던 강사들의 경험담을 들으니 더 이상 막연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둘째, 강의와 과제를 통해 임장 가고 스터디하며 투자공부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전에는 책과 유튜브 영상만 들었던 것이 전부였다면 강의를 통해 조원들과 정보도 공유하고 임장도 가고 임장 보고서도 쓰며 부동산 투자공부를 체계적으로 해보았다.
셋째,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공감되어 서로 응원하게 되고 무언가 든든한 마음도 든다. 사실 주변에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다 보니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이 없어 아쉬웠는데 조원들이 그 갈증을 풀어주었다. 아직까지도 서로 관계를 지속해 나가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게 해 준다.
그러나 더 이상 강의를 듣지 않기로 한 이유는,
첫째, 강의료가 부담되었다. 투자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강의를 계속 들을 수는 없는 것이다. 투자할 수 있는 종잣돈도 만들어야 하는데 적지 않은 금액을 계속 강의료로 지불할 수는 없었다.
둘째, 부동산 투자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투자 강의에서 사례로 많이 언급되는 지역 중 한 곳에 살고 있는데 주말에 산책할 때마다 임장조를 3~4팀 이상 만난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4팀을 만나니 아마도 더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임장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공장에서 찍어낸 듯이 똑같이 투자공부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임장을 다녀오고 나서는 다 같은 형식으로 임장보고서라는 것을 작성한다. 투자라는 것이 성공하려면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하는데 남들 다 하는 방식으로, 다 같은 곳에 투자를 한다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투자에 성공해서 강의를 하는 강사들은 분명 이렇게 수천 명씩 같은 강의를 듣고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는 시스템 안에서 성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동료들과 투자를 같이 하다 보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 동료들이 하나 둘 투자하기 시작하면 나도 투자를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고 조급한 상황에서는 이미 객관적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그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군중심리로 투자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분위기를 타서 투자해 잘될 수도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크다. 상승장 꼭대기에 동료들에 휩쓸려 투자를 했다가 하락장에 힘들어하는 사례들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사례들을 들으면 동료들을 만들어 같이 공부하고 투자하는 것이 꼭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도 전문가는 아니고 나 같은 일반인이다.
셋째, 부동산 투자공부에 대부분의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는 점이 힘들었다. 강의를 들으면 강의 듣고 임장 가고 과제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물론 대충 한다면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돈 내고 듣는 강의인데 대충 하기란 힘들다. 또 주말 아침 일찍부터 임장 가고 책 읽고 공부하는 인증사진들이 넘쳐나는 커뮤니티를 보고 있으면 주말 아침 늦잠 자고 뒹굴거리는 나는 바로 루저가 된다. 그러면 나도 자극받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점이 이 시스템의 큰 장점이 되기도 한다. )
주말에 임장을 가면 가족과의 시간은 포기해야 한다. 물론 나는 주말에도 가족들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투자공부를 하는 멋진 사람이 되겠지만 가족들은 엄마와 아내 없는 주말을 보내야 하는 희생자가 될지도 모른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고 투자공부로 인해 배우자가 힘들어할지라도 미래에 가져다주는 큰 이익이 그걸 다 보상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미래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인가? 보장되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도 괜찮은가? 가족들은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된 나의 성취감을 위해 희생해도 될까? 이런 회의감들이 밀려온다. 만약 정말 투자에 성공을 한다면 정말 희생한 것들에 대해 보상이 될까도 의문이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살지는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자기 합리화 내지는 변명은 아닐까 계속 생각은 해보게 된다)
그렇다고 부동산 투자 공부를 놓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어쩌면 다시 강의를 듣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강의에 전적으로 기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투자공부를 하다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 이용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