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비치는 붉은빛
푸른 하늘 아래 흑백의 대조를 이루고 있는
황혼 녁의 늪을 상상해 본다.
한 가지 버릇이라면 여행길에서만큼은 늘 없던 신앙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절실한 기독교 신자이거나 혹은 불교 신자인 것도 아닌, 신앙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인데, 그 먼 타지에서만큼은 자석에 이끌리듯 가장 먼저 교회나 성당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늘 예배를 드린다. 모두가 프라우엔 교회 탑 꼭대기에서 뮌헨시를 감상하는 동안 나는 그렇게 예배를 드린다. 파이프오르간이 연주되고, 남성 합창단의 중저음 메시아가 예배당을 울리면, 타들어가는 분향이 동랑 속으로 스며든다. 그러면 여행가의 수호천사인 대천사 라파엘에게 나의 방랑에 무사함과 안녕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