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mtl hannam 모어댄레스 - 스티키쉬 - 공간 브랜딩
안녕하세요.
오늘은 mtl hannam 의 공간 브랜딩이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철거를 마친 차가운 공간에 있자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비워진 곳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그 깊이가 끝없이 넓고 깊게 다가옵니다.
mtl 공간의 아이덴티티는 nuebau [새롭게 짓다] 는 의미로 매력적인 분위기에 대한 접근 방식을 끝없이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글을 쓰기 이전에 mtl 을 기획 하면서 관심 있던 철학과 건축의 개념들을 다시 살펴보면, 조금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에 앞서 “공간의 분위기”에 대한 생각에 지침이 되어주었던, 페터 춤토르의 강연 전문을 인용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단에 관련 도서들을 표기했습니다:-) 공간 브랜딩 작업에서 염두하는 것들. 시공 과정 및 작업 의도 [Mt: 로 표기] , 소소한 감상 등을 기록해 나가고자 합니다.
시작에 앞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에는 기억들 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런 후에 분위기나 기억이 당시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때 공간이 어떠했는지, 가능한 모든 기억을 꺼내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작업에 어떤 식으로 재구성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것들이 공간 안에 생생한 분위기를 재현하며, 아주 단순히 고유한 형태로 고유한 장소에 놓여진 상태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위한 발상을 위해 몸과 마음을 공간에 살짝 놓아봅니다. 장소가 말하는 목소리와 기운에 귀를 기울이거나 눈을 응시하며,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마침내 공간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렇게 생각 속의 집에 머물러 있다 보면, 공간을 만드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트에 글자를 쓰듯 이 공간에 실체가 있는 재료들을 조립하고 세울 때, 우리가 바라는 공간이 현실 세계의 일부가 되어 줍니다.
철거 - 공간의 몸
지금 우리는 창고에 있습니다. 텅 빈 공간에 늘어선 기둥과 과거의 흔적들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공간은 우리에게 있어 관능적인 인상을 줍니다. 세상의 여러 물질과 재료들을 모으고 혼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건축의 첫 번째 비밀입니다. 마치 해부학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몸이란 문자 그대로 몸을 뜻합니다. 건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장기와 물질로 구성되어 피부로 덮인 인간의 몸과 비슷합니다. 몸을 가진 공간은 주변의 모든 것으로 구성됩니다.
실측 - 내부와 외부
도면은 해부도와 비슷합니다. '완성된' 건축의 몸이 선뜻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내부의 긴장을 표출하게 됩니다. 결합의 기술, 보이지 않는 기하학, 소재의 마찰, 지지력과 내구성 등 내부의 힘.
공간에는 마음을 사로잡는 매우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내부와 외부의 긴장입니다. 건축은 지구의 일부분을 선택하여 작은 박스를 세웁니다. 그 순간 실내와 실외가 생기게 됩니다. 우리는 안에 있거나 밖에 있게 됩니다.
무언가에 둘러싸였을 때 느껴지는 집중감. 개인을 위한 공간과 공공을 위한 공간, 사적 영역과 공공 영역.
우리가 다수이든 개인이든 무언가가 감싸고 모으며 보호하는 듯한 느낌.
more than door
친밀함의 수준은 근접성과 거리의 문제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측면들 - 크기, 치수, 자신과 대비되는 건물의 매스 같은 것들입니다. 건물이 나보다 크다는 사실, 훨씬 크다는 사실. 아니면 건물 내부의 사물들(걸쇠,경첩, 모든 연결 부품, 문 등등)이 나보다 작다는 사실.
지나가는 사람을 근사하게 보여주는 높고 슬림한 문, 특정한 형태가 없는 평범하고 넓은 문, 지나가는 사람을 위풍당당하게 보여주는 위압적이고 웅장한 정문. 모두가 사물의 크기, 매스, 중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두꺼운 문과 얇은 문. 얇은 벽과 두꺼운 벽. 우리는 그런 것들에 매료됩니다.
실내가 여태껏 인식하지 못한 숨은 매스로 느껴지는 공간, 이런 것을 생각합니다. 매우 거대하고 독립적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위압감이 전혀 없는 공간.
Mt: 입구 전면 우측의 커다란 문을 구상했다. mtl 의 도어는 좌 - 우 어느 방향이든 직각으로 활짝 열리게 디자인되어있다. 이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인 '열린 공간'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열려 있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기다란 손잡이에 시선이 가면, 누구든지 mtl 의 문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길 바랐다.
사이니지 방향의 좌측의 금속 고정문이 한눈에 공간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외부의 파사드를 연출한다. 동시에 입구 쪽은 적극적으로 개방감 있는 열린 도어를 설치했다. 이렇게 양문의 기능은 more than less 의 의미에 더 가까워진다.
동선 디자인 - 일관성
커피는 마셔보아야 알듯이 건물도 사용해야 알 수 있습니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공간이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것이 최고의 찬사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감정 이상의 것이 존재합니다. 어떤 일을 하거나 건축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에 대한 무수한 아이디어들. 이 모든 것에는 결정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결정 끝에 완성된 공간이 사용될 때가 가장 기쁩니다.
모든 사물은 스스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각자 자기가 되어야 하는 모습이 있고 그 모습에 도달합니다. 결국 공간은 용도를 위해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여러 사물이 각자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관성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장소. 용도. 형태. 형태는 장소를 반영합니다. 장소는 그대로 있습니다. 용도는 여러 가지를 반영하게 됩니다.
Mt: mtl 을 방문한 사람들은 공간의 규모가 크다고들 말한다. 실제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30평 남짓한 공간이다. 규모 이상의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한 세심한 동선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예전 복층이었던 구조를 완전히 철거하고 천장고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개방감과 체감 영역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 외부 전면의 원목 도어들도 걷어 내었다. 내부에서는 규모 이상의 다양성을 수용하기 위하여 동선을 이동하면서 만나게 되는 연속적인 공간의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공간 구성 - 안정과 유혹 사이
상업 공간의 디자인은 무대장치를 설계하거나 연극을 연출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은 건축물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의 경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감춰진 기억이, 마치 다가올 것의 일부가 방금 끝난 것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전체라는 형태를 띠지 않는 장소,
어떤 장과도 같고, 부분이며, 미완이며,
항상 과정 속에 있는 듯한 공간
Mt: 폭이 좁고 긴 공간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떠올렸다.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공간의 경험과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공간의 여백을 만드는 것이 동선 디자인의 목표가 되었다. 각 브랜드의 부분 부분을 모아서 하나의 연결체를 만드는 공간을 여러 번의 스케치를 거쳐 설계하게 되었다.
새로운 집 Nuebau 을 향하여
공간 브랜딩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다루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경험은 한순간으로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동선 디자인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차원에서 여러 지점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새로운 고저, 새로운 좌우, 새로운 전후를 만드는 새로운 장소를 만들고 싶다면 공간에 대한 이해가 솟아나야 하며, 종종 성공적인 결합이 일어납니다. 대지를 거닐면 조각품처럼 서 있는 건물들이 마치 그곳에서 자란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구조와 공간이 혼합하고 함께 자랄 때에 독창적인 장소가 태어나게 됩니다.
Mt: 솟아오른 단은 의자이기도, 테이블이기도, 바닥이기도 하다. 연속된 높낮이에 따라 커피 바, 카페를 위한 계단식 좌석(seat), 중앙 전시를 위한 설치 공간의 단차가 지면에서 확장된 형태를 취한다.
공간 전체가 높낲이로 이루어져 있다. 물성으로 각 브랜드의 공간을 구획하고, 부분과 부분의 관계성에 대한 작은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포용력 있는 장소를 구성하고자 했다.
전시 공간을 위한 여백을 고민하면서, 이우환의 작품을 떠올렸다. 규격화된 쇠가 지니는 사물의 중립성이 자연으로의 길을 내어주고 내부와 외부를 이어주는 하나의 장소가 된다는 개념을 말한다.
정면의 내벽에 시공한 철판은 외부의 고정된 철문과 함께 공간 사이사이 착석 또는 전시를 위해 자리 잡은 솟은 공간과 서로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입구와 공간 사이에는 정서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원목 각재를 다듬고 엮어 올린 파빌리온을 설치하고 그리드의 여백안에 (파빌리온 내안) 식물들을 배치하였다. 이로써 강함과 약함 - 자연과 사람들이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다.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분위기가 새로운 집 Nuebau 을 향한다.
물질의 양립성
소재는 우리의 머리에서 시작해 실제 공간에 적용됩니다. 나무와 목봉, 타일과 돌멩이, 테라조를 고르고 방수포 원단과 패브릭. 아크릴을 늘어놓습니다. 재료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Joseph beuys 는 물질을 사용할 때 정확하고도 감성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인상 깊게 합니다. 물질을 다루는 것처럼 원초적이고 기원적인 지식에 기반을 두고, 지금까지의 문화적인 의미 너머에 존재하는 물질들의 정수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질에 관해 모든 구성의 법칙 이전에 구축하려는 감정이라는 것은 촉각. 후각. 청각과 같은 언어 이전의 감각들입니다. 공간에서의 감정이란 재료가 특정한 의미를 불러일으킬 때 나타납니다. 따라서 특정한 건축적 맥락에서 어떤 재료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자문해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목재는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재료와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게 아시아의 문화인데
그걸 되찾고 싶다.
_ 단게겐조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좋은 대답은 재료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에 관해서건, 보다 고유의 감성적인 성질에 관해서건 새로운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무엇보다도 공간에서의 재료는 감동적으로 빛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돌을 자르고 갈고 뚫고 쪼개고 광을 낼 수 있습니다. 물질은 무한합니다. 이 재료와 다른 재료가 만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봅니다. 매번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돌을 빛에 가져가면 또 다른 결과를 얻게 됩니다. 하나의 물질 속에 수천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질은 서로 반응하고 빛을 발산합니다.
Mt: 공간 안에 여러 재료를 사용할 때는 고려할 점이 많다. 물질의 존재감과 무게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거친 공간에 미니멀리즘과 부드러움, 콘크리트의 차가움과 따뜻한 원목, 이렇게 상반되는 소재와 건축물이 각자의 기능을 존중하고 공간 안에서 유연한 관계를 맺게 된다.
우리는 불완전하게 존재하면서 그 속에서
완전하게 존재하는 법을 찾아야 합니다.
더 이상 응축될 수 없는 경지로 본질을 파고 들어가며 미를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일 것입니다. 한국의 도자기에서 그런 미학을 발견했습니다. 한국의 도자기는 한국 역사의 특별한 순간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거기서 문화의 정점, 완벽함을 보았습니다.
특히 백자가 인상적이었는데 자기로서 그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생각하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게 그런 것입니다. 핵심적인 것, 강한 재료의 질, 형태의 명료함, 완벽한 것과 완벽하지 않은 것의 균형.
이것이 휴머니티입니다. _ David Chipperfield
스티키쉬 쇼룸 - 소재와 형태의 관계
스티키쉬 제품을 위한 쇼룸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오브제 차원에서 볼 때 소재에는 시적인 속성이 있습니다. 소재에 의미 있는 상황을 부여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소재에 주입하고자 하는 감각은 모든 구성의 원칙을 뛰어넘으며, 소재가 가진 유형성, 냄새, 음향적 특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적 요소에 불과합니다.
설계한 공간에서 특정 소재의 특정한 의미를 성공적으로 도출했을 때, 다시 말해서 이 건물은 오직 이렇게만 이해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했을 때, 감각이 표출됩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사용된 소재가 특정한 건축적 맥락에서 갖는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해 봐야 합니다. 그 의문에 해답을 찾는다면 소재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과 그 소재에 내재된 감각적 특성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건축에 사용된 소재들은 더욱 빛을 발하고 활기를 찾게 됩니다.
쇼룸과 사무공간 - 펼쳐진 작은 건축
건축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기능은 바뀌지만 구조는 남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건물의 구조가 기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비록 형태가 간단하더라도 건축이 기능적 고려를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기능주의를 극단으로 몰면서 가장 높은 정신적 존재의 수준에 이르기를 원했습니다. 개인적 표현이 아닌 오브제의 특징, 적용된 구조와 재료의 표현을 추구한 것입니다
아름답다는 느낌은 좋은 생활이라는 우리의 관념이
물질적으로 표현되었을 때만 얻는 것이다.
_ 알랭 드 보통
Mt : 전면은 스티키쉬 제품의 쇼케이스. 후면은 사무를 위한 최소 공간을 확보하는 기능을 구조물의 목표로 설정했다. 벽면에서 펼쳐지는 구조물의 디자인은 프로덕트 형태와 기능들을 거쳐, 새롭게 구성되는 작은 건축의 공간과 연결된다.
정면의 파티션은 사무 공간이자 자체 브랜드의 쇼룸이기도 하다. 사용자는 파티션 후면의 작은 공간을 사무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다. 개방감에서 작은 면적에서 오는 폐쇄감을 해소하고, 파티션 전면의 진열 기능과 그곳에 올려진 제품들이 구조물의 형태와 연결되는 아름다움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결합된 물체 사이의 틈
공간 작업은 언제나 무수한 디테일 다양한 기능과 형태 소재 치수에서 전체를 완성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합니다. 모서리와 이음부를 비록 하여 서로 다른 면이 교차하고 서로 다른 소재가 만나는 지점에 합리적인 시공과 형태를 찾을 의무가 있습니다. 완성된 결과물의 품질은 접합부의 품질로 결정됩니다.
전통적으로 조각은 전체 형태를 위해 개별 요소의 결합과 연결의 포함을 최소화합니다. 모든 촉감 연결 결합이 작품의 조용한 존재감을 더욱 부각합니다. 사실 구조물(파티션)을 디자인할 때에 칸막이의 기능을 넘어 공간에 펼쳐진 조각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사람들이 심미적인 감각을 느끼며 제품을 바라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감상적 경험을 얻기를 바라며.
단순히 가방이나 지갑이기보다는 하나의 프로덕트이자 공간과 함께 하는 오브제라는 메시지를 넌지시 건네고 싶었습니다. 설계할 때 이런 존재감을 부여하려고 노력합니다. 다만 조각가들과 달리 기능과 기술적 요건이라는 목표에서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형태가 있는가?
우리의 지각은 본능적입니다. 이성은 부차적인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상징, 형상, 디자인이라는 틀로 집약된 형태를 보며 감동합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모든 특성이 있습니다. 자명하고 심오하고, 신비롭고, 고무적이고, 흥미롭고 , 긴장감이 넘칩니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외관이 정말로 아름다운지는 형태 자체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느낌이 속한 감정의 깊이는 형태로 촉발되지 않고 그 형태에서 나온 생명력에 의해 촉발되기 때문입니다.
Mt: 장식성을 최대한 배제한 기하학적인 요소로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고자 의도했다. 소재에 내재된 감각적 특성을 오브제와의 관계를 통해 공간 안에서의 제품을 보다 아름답게 수식하고자 했다.
more than stone
커다란 돌이 유리에 부딪히면 자연스럽게 유리를 깨뜨린다. 그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다. 작품 속에서 그런 사실만을 보여주고 작가의 흔적은 미미하다면 그것은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나서도 안된다. 작가와 유리 돌 사이에 존재하는 그 미묘한 관계의 균형을 유지할 줄 알아야만 하나의 작품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Mt: more than less 를 위한 작가 전시 공간을 마련하였다. 한정된 공간의 여백의 미를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써 후면 벽체의 물성과 전시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다. 전면의 벽과 중앙의 단차는 장소성을 지닌 높낮이에서 기능을 발견하고, 제한된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유연함을 말한다. 공간의 단점과(폭이 좁고 긴) 모호함을 높낮이의 변주, 소재의 배치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시공간의 한쪽 모서리는 사선의 각면을 지녔다. 이 형태는 물성이 지닌 다양성과 풍부함을 형태에 반영하고 한쪽 벽에 설치된 모어댄레스의 선반에 디스플레이된 제품을 감상하기 위한 최소 동선을 확보해준다. 이로써 공간 안에서의 낮은 구조물에 여유로운 시선을 건넬 수 있다.
전시 공간 후면 건물 내부 가장 안쪽의 벽면에는 건물 외부 파사드의 고정문에 사용된 금속 철판을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기능적으로는 본래 벽에 자리 잡고 있는 창문에서 보이는 주차장의 전경과 소음을 차단된다.
기능을 위한 장치에서 시작되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철판 - 스테인리스라는 물성의 재배치와 반사되는 빛을 통해, 외부와 내부의 연결이 끝없는 공간의 세계로 다시 연결된다.
성공적인 디테일은 장식으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시선을 자극하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전체에 대한 이해로 인도합니다. 모든 완성된 독립 창조물은 마법 같은 능력을 지니게 됩니다.
형식적인 디테일은 전체 건물에서 민감한 변화를 만듭니다. 적절한 지점에서 설계의 기본 아이디어가 요구하는 것, 결합 또는 분리, 긴장감 또는 가벼움, 마찰, 견고함, 취약성 등을 표현합니다
디테일은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어쩌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무언가가 마음을 움직인다.
Mt: 베를린에서 산책을 하던 중 무심코 놓여 있는 벤치를 발견했다. 의자에 걸터앉아 잠시 쉬었다. 문뜩 우리 내부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집중적인 형식으로 구현할 때, 그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일어나 그곳을 바라보았다.
건축가는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습니다.
단지 실재를 변형 transform 할 뿐입니다.
영감이 찾아오는 순간에 민감합니다.
변형에 참여합니다.
설계를 한다는 것은 변형의 진행과 그 변형 속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_ Alvaro Siza
more than less - 주변의 사물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에 두는 사물을 보며 감동을 받습니다. 혹시 이런 점을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물건들은 세심한 관심과 사랑 속에 조화를 이룹니다. 거기에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습니다
많은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다운 물건들, 아름다운 책들, 장식품, 그 많은 책들!
모든 것이 깊은 인상을 준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문득 궁금 해졌다. 건축의 역할은 여러 물건을 두는 보관소일까?
지금 짓고 있는 것들이 장차 어떤 모습일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될지를 상상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우리말로 표현하면 완성된 집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니체의 글은 한번 찾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중 280번 글에서 니체는 상품 세계에서의 외양과 존재에 대해 말했습니다. <<유고집>>에서는 사물의 물리적 존재, 물질로서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장 보드리야르도 <<사물의 체계>>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했습니다.
노자는 <<도덕경>> 11장에서 진흙으로 만든 그릇이나 창과 문이 있는 방의 의미가 방 내부의 빈 공간에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모어댄레스의 공간 디자인은 비워진 무 無 가 아닌 - 채워진 빈 것 - 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Mt: 모어댄레스의 편집샵 코너에 취급하는 제품들은 여러 브랜드들이 여러 가지 품목과 형태로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발신하고 있었다. 이 다양한 프로덕트들을 하나로 묶어줄 - 안정적으로 수납하고 디스플레이 가능한 - 기능적인 선반 시스템이 필요했다.
more than less 의 프레임과 투명한 판재는 내부성을 부여하는 불투명성의 의미를 지우려는 “Less" 와 현재의 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more" 로 철거된 매스의 흔적 위에 조용히 겹쳐진다.
Mt: 기능이나 장소는 ‘간격’의 상대적인 관계성에 의해 서서히 그 의미를 달리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 구조물을 형성하고, 건물의 내벽의 피복으로서 설치되는 선반 시스템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이미지로 접근해 보았다.
겹겹이 쌓인 마감이 철거된 흔적들이 마치 옷을 갈아입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이는 기존의 벽과 선반 사이의 새로운 스케일인 동시에, 사이 간격의 상대적인 관계성을 통해 드러났다 사라지는 투명한 틀과도 같다.
건축은 깨달음을 얻은 의지력의 행위로써 기능과 대상의 질서 체계를 세우는 행위이다.
_ 르 코르뷔지에
Mt: 르 코르비지에의 정의는 구조화된 집합에서 하나의 요소나 부분 또는 기관이 수행하는 역할인 기능 Function 과 그 기능을 담는 물질적 존재의 대상 Objet 의 위계화가 건축 행위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에 있어서 기능을 위해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 절대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색이란 무엇인가
근대 물리학의 성과로 지금의 색채 메커니즘은 명쾌한 시스템으로서 정리되었습니다. 명도, 채도, 색상, 즉 밝기나 선명도 그리고 둥근 고리를 이루는 스펙트럼에 따라 삼차원의 입체로서 표현된 색의 체계는 물리 현상으로서의 색의 구조를 이해하기 쉽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러나 인간이 이 구조에 비추어 색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깨어진 달걀에서 새어 나오는 짙은 노른자의 윤기 나 깊은 맛이 우러나 녹차의 색의 배합은 단순한 색채만이 아니라 물질성을 동반하는 질감이며, 맛이나 냄새와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인간은 색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색은 시각뿐 아니라 모든 감각과 관련된 대상입니다.
‘연두색, ‘옥색’ 등 자연의 색깔 변화를 포착한 언어는 섬세하면서 애잔한 느낌을 주지만 색을 찾아내는 시점은 적확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감성에 깊이 전달됩니다. 그것은 ‘색의 이름’이라는 실이 꿰어져 있는 예리하고도 가느다란 바늘 같은 존재로, 우리들 감각의 민감한 부분을 자연스러우면서도 정확하게 파고듭니다. 우리의 가슴에 전해지는 그 감각은 그야말로 표적을 꿰뚫는 쾌감 또는 공감입니다. 그와 동시에 그런 섬세한 감수성이 현대 사회의 생활환경 속에서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무한 기분을 느끼는 것 역시 감개의 일부인 것입니다.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의 반복적인 작용으로 ‘종유 동굴’이 만들어지듯, 인간이 자연의 모습이나 세상의 변화에 맞섰을 때에 탄생하는 심상이 조금씩 퇴적되어 생의 이름이 됩니다. 어떤 것은 사라지고 어떤 것은 변화를 이루면서 어느 순간, 그것은 색이라는 거대한 의식 체계를 이루게 됩니다.
Nuebau 건축을 향하여.
디자이너라는 일은 사실 어렵습니다. 예술성, 업적, 직관, 장인 정신은 물론이고 헌신, 진정성 소재에 대한 깊은 관심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서로 관련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는 기존의 구성 개념들을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지각과 새로운 관련성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달성하려면 공간과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설계 탐구에 있어서 언제 또는 어떤 조건 아래서 유추적 혹은 은유적 사고를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칙은 없습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성격과 그것의 맥락적 상황에 따라 그 적절성이 결정될 뿐입니다. 죽음을 부재(emptiness)에, 민주주의를 접근성에 비유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양상(modality)과 특성을 가로질러 은유적 결합을 할 수 있으므로, 은유적 선례를 통해서 혁신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신속히 전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건축과 공간디자인을 위한 두 번째 비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움이 발견되어, 창조될 수 있는 대상은 우리의 심상 안에 존재합니다. 만들고 싶은 대상들은 고유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잘 만들어진 모든 대상을 그 형태를 결정하는 적절한 질서를 내재합니다. 공간에서 경험하고 싶은 느낌들이 새로운 집의 바로 그 본질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발견의 여행을 통해, 피로한 삶에 위안을 줄 수 있는 안식처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이런 사유의 과정을 돌아보며 스스로도 이전보다는 공간의 세계에 가까워지게 된 거 같습니다. 그만큼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 mtl 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는 분들과 이를 함께 느끼고 싶습니다.
되돌아 보면 애정 어린 마음으로 여러 기획 과정과 디자인 작업을 지지해준 덕분에, 그만큼 함께 성장 할 수 있었던소중한 시간이었던거 같습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간의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변모해나가는 모어댄레스와 스티키쉬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mtl 마지막 편. 보난자 커피의 분위기와
음악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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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 문헌
Architektur Denken, ATMOSPHERES.
Peter Zumtor.
건축가의 노트 _ Peter Winston Feretto.
건축의 정의 _ 르 코르 뷔지에
선심초심 _ 스즈키 순류
백 白 _하라 켄야
공간의 유형학 _ 캐런 프랭크. 린다 쉬니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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