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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Oct 21. 2016

그녀의 상실

감히 가엾다 말하는 것



그녀의 상실
2016.10.21.FRI




일순간 뒤덮은 그녀의 공허함은 보는 나로 하여금 긴장을 하게 했다.

모든 것은 고요하고 조용한데.
내 마음만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에 대한 걱정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멀찍이 바라보는 타인으로서의 호기심이었을까, 그 어느쪽도 나에겐 타당하지 못하다.

나는 그녀를 보지만
그녀는 나를 볼 줄 모르기 때문에.





그녀는 극한의 상실을 조용하고도 적나라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절규인지 아니면 참고 참다못해 새어버려 비져 나올 수 밖에 없는 아픔인지 결국 우리는 알 길이 없다.

그렇게 그녀의 신음소리는 한 글자 한 글자 마다 배어 있었다. 보란듯이. 그러나 열 맞추어 나란히 줄 선 그 글자들은 예쁘기 그지없다. 그래서 '말'이란 늘 우리에게 그런 존재일 수 밖에 없는거다.




분명 그녀를 대변하던 것들은 달라져 있다.

다만.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쫑알거림들이 그런 그녀를 계속 쪼아먹고 있을것이다. 가엾은 사람.

그녀는 그녀의 거울을 볼 수 있을까.
그녀는 그 속의 자기 얼굴을 볼 용기가 있을까.





그녀는.
그녀의 몸 속 안에 깊숙히도 엉겨붙어, 떨어지기를 필사의 이름으로 거부했을 바로 그것을 간신히 외면한 덕에
바로 그 날, 모든것을 상실했다.




그 작은 것을 잃음으로서
그녀는 그날 모든것을 잃어버렸음을
온갖 조용하고 미동조차 없는 몸부림으로써 이겨내려고 하고있다.



감히 말하건대 가엾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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