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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May 20. 2024

엘리베이터의 2층 버튼

 당황해서 땀이 비 오듯 흐르고 1층과 3층 사이를 연달아 누른다 두 버튼을 빠르게 번갈아 누르다보면 언젠가 2층에 도달할 듯이          


 2층에 사는 사람들은 밖에 나올 수 없다 그들은 벽과 벽 사이를 배회한다 A는 창문이 없는 화장실에 갇혔다 나는 정말 우울해 A는 자신의 오물과 함께 고독사한다 B는 서재에 갇혀있다 그는 서재의 모든 책을 읽었지만 정작 서재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세상의 진리란 참 쓸모없구나 C와 D는 주방에 갇혀있다 그들은 음식을 먹고 사랑을 하지만 가끔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죽든지 D가 죽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겠어 밖으로 향하는 문은 언제 사라졌을까 원래 문이 있었던 자리에 사람들이 모인다 벽을 긁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한 번 떠난 엘리베이터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2층 버튼이 없다는 사실에 무관심하다 건물 밖에 나온 나는 대로를 건너 건물을 돌아본다 2층 창문에 사람들이 모여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 게임 '심즈'에선 문 없는 방에 심을 가둘 수 있다. 방 안에 심이 괴로워하다 죽어도 그건 살인은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 심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극단적 상황에 심을 놓고 이를 구경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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