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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로이 Nov 19. 2024

고전이 답했다


 


“경기가 좋으면 로맨틱 코미디가 뜨고, 불황이면 사극이 뜬다.” 개그맨 고명환은 방송 트렌드를 이렇게 분석했다. 그가 흥행 흐름을 꿰뚫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답답한 현실에 대한 해답을 사람들은 과거의 선례에서 찾는 습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성공하는 큰 밑거름이 됐다. <고전이 답했다(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는 여러 고전 57편에서 찾은 삶의 해답을 한데 모은 책이다. 개그맨이 아닌 에세이스트, 강연자, 다독가로서 제안하는 책 속 문장들은 어떤 내용일까.  


그는 고전에 대해 자기만의 해석을 자유롭게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이유에 대해 자신의 교통사고 경험을 떠올렸다. 돈을 좇다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려면 아예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벌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명환 작가는 교통사고로 몸이 부서져 병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자신이 벌레로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1994년 KBS 대학개그제에 출전해 금상을 받고 MBC 공채 개그맨에 합격했다. 심리 개그를 표방한 MBC '코미디하우스'의 와룡봉추 코너는 큰 인기를 얻으며 그의 전성기를 열었다.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인기를 얻고 각종 행사에 초청돼 밤낮 없이 일하며 한 달에 3000만 원 넘게 벌었다. 하루 2, 3시간 자고 식사도 허겁지겁 때웠다.  


그러다 2005년,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하는 대형 사고가 났다. 의사는 “사흘을 넘기기 어려우니 주변 정리를 하라”고 했다. 그제야 자신이 꿈꾸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다. 왜 이렇게 목숨 걸고 돈을 벌었는지, 꿈꿨던 대학로 연극 무대는 왜 근처에도 가지 못했는지, 연극하는 게 진짜 꿈인지, 뭐가 무서워서 남들이 시키는 대로 살았는지 등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 이후 그는 식당을 차리고 책을 쓰고 강연했다. 대학로에서 연극도 하고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 


고명환 작가는 현재 메밀국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꽤 높은 매출을 올리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식당을 하기 전 사업에 네 번이나 실패했다. 기준이고 뭐고 없이 열심히 하기만 했단다. 처음 식당을 차렸을 때에는 싼 재료만 찾아다녔다. 다섯 번째도 망할 수는 없어서 서점에 가서 '손자병법’을 읽었다. 거기서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을 알게 됐다. 남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하고(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으면 싸우지 말아야 한다(천). 잘 아는 공간에서 싸워야 하고(지),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며(장)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법). 고객에게 이롭게 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현실 공간 뿐 아니라 가상공간도 제대로 파악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음을 알았다.  


누구나 고명환처럼 단박에 인생 책을 찾을 순 없다. 책을 고르는 방법을 두고 그는 '니체의 인생 강의'에서 인간이 정체성을 찾는 과정으로 제시한 3가지 변신을 이야기한다. 낙타-사자-어린아이 순으로 책을 고르면 된다는 조언이다. 낙타는 무거운 것을 견디는 태도, 사자는 기존 가치를 부정하는 힘,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상징한다. 


낙타처럼 시키는 대로 수백 년간 읽혀온 고전을 먼저 읽는다. 그다음은 사자처럼 베스트셀러 책장을 벗어나 ‘왜 남이 좋다는 것을 읽지? 나만의 책은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 어린아이처럼 있는 나만의 책을 비로소 고를 수 있으리라.  


인생의 해답은 역시 고통 속에 있다. 모든 문제는 고통을 피하려 들기 때문에 생긴다. 고통, 시련, 역경이라는 말의 어감을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다줄 비밀의 열쇠다. 고통을 품고 세상을 정복하라. 그 후에 오는 쾌감이 진짜 쾌락이다. - p. 111 


대학교수, 문학박사, 평론가, 소설가 등이 고전에 대해 쓴 책은 이미 많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책에 대한 책이 아닌 뼛속까지 동기를 부여해 자기 계발을 하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고전은 모양이 없다. 그렇기에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해석이 없다. 기존의 해석과 상관없이 제 방식대로 고전을 해석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많이 받는다.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생활 밀착형 고전이야말로 진정한 교과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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