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by 갬성개발자

어학원에서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같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다.


(사진을 하나 첨부하고 싶은데 복숭아처리를 너무 많이해야해서 인원이 적은 오후반 사진으로 골랐다. 오전반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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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마스크

영국은 코로나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실내도 마스크를 안써도 된다.

어학원에서 친구들이랑 맨날 붙어서 항상 얼굴표정을 다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 우리 모두 친구

영어를 쓰고 유교문화가 없어서 모두가 다 동등한 친구여서 너무 좋았다.

한국에서 어른들이랑 말할 때는 존댓말에 신경써야하고 예의를 지켜야하지만,

여기서는 할머니랑도 아주 편하게 친구를 할 수 있다.


# 도전

각자의 환경에서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한 그들의 모습 자체가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 직장을 그만두고 온 두 아들의 아빠, 페르난도 (페루)

- 남편의 사업때문에 런던에 정착한 아내, 카멘 (브라질)

- 회사의 CEO인데, 젊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배우고 싶어서 온 타케시 (일본)

- 딸이 런던의 회사에서 일해서 딸을 도와 손주를 돌봐주러 런던에 온 이소 (일본)

- 검사가 되려면 다른 나라 석사 학위가 필요해서 온 피터 (태국)

- 영어를 배우고 영국에 살아보고 싶어서 온 할머니 마리아 (브라질)

- 워홀을 온 리카, 켄토, 토니 (일본, 스페인)

- 일을 위해 영어를 배워야해서 영어수업을 들으며 원격으로 일을 하는 ___ , ___ (카타르, 사우디) // 이름을 까먹

- 대학교 졸업 요건이 다른 나라에서 2주이상 공부하는 것이여서 온 마사 (일본)

- 자신의 삶과 일을 위해 영어를 배우러 온 아저씨 마테오 (이탈리아)


우리나라 같으면 아이들이 있는 경우, 가정에 충실하는게 1순위이고 아이들에게 투자하는데,

이렇게 자신을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게 너무 맘에 들었다.

(그렇다고 페르난도가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시차때문에 아이들이랑 매일 밤늦게 통화한다.)


그리고 나랑 비슷한 나이의 워홀러 친구들을 많이 만났는데, 나는 6주도 걱정되었는데 2년동안 여자혼자 외국에 살려고 맘먹고 온 것 자체가 너무 대단했고 다들 직장이 있고 약학학위도 있고 해도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하는 모습도 멋졌다.


그들은 수개월을 살아야하니까 태도 자체가 달랐는데, 알뜰하게 생활비를 아껴쓰고 (요리해서 다님), 적당한 집을 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썼다. 홈스테이에 만족하는 사람을 한명도 못봤는데, 단기로 오는 학생들은 참고 살고 장기로 오는 학생들은 직접 집을 찾아다녔다.

또한 나처럼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서 액티비티로 가득채우는게 아니라 집에서 누워서 뒹굴거리는 날도 있고.. 동네 도서관도 가보고.. 시간이 많으니까 진짜 생활해보는 삶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6주는 장기여행이였고... 진짜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으면 6개월 이상은 와야하는 것 같다.


한 친구의 경우는 job을 구하는 과정 (알바알아보고 인터뷰 다니고)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너무 대단했다.

헤어살롱에서 리셉션이랑 전화받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집에서 영어 role-play 를 엄청 많이 연습해서 영어실력이 쑥쑥 드는 모습도 너무 존경스러웠다.



# 다양한 문화

수업시간에 자기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유익하다.

특히 사고방식, 교육, 국민의 생활수준 관련된 토픽으로 이야기하는게 재밌었다.

뿐만아니라 특정 주제를 두고 토론을 할 때도 개인의 성격 탓도 있지만 각 나라별로 느껴지는 문화 차이가 묘하게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인상깊었던 것>

- 페루: 약속시간보다 30분 늦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 이탈리아: 카드를 잃어버리면 2,3달 걸린다

- 카타르: 너무 부자여서 차와 집 문을 열어도 아무도 안훔쳐간다. (카타르 친구가 런던에서 샤넬백을 소매치기 당하고 매우 놀랐다고 한다.)

- 스페인: 사람들의 볼륨이 다 크다. 그래서 귀가 안좋아져서 보청기 낀 노인들이 많다.



# 북적북적 8월

8월에는 많은 나라가 방학시즌이여서 그런 지 아이들을 키즈반에 보내고 어른반에 수업들으러온 부모님들이 많았다. 또한 학생들도 많았다. 1~3주 짧게 있다가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으나 정이 많은 사람은 힘들 수도 있는 달인 듯하다.


아이들과 학생들로 북적북적 였던 학원이 기억난다.


K-pop을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나를 너무 좋아해줘서 고마웠고

"어느 그룹에 누구 좋아해" 라고 말하면 누구가 누군지 몰라서 비즈니스적 미소만 지을 수 있었다...


터키 꼬마가 블랙핑크 리사 닮았다고 내 얼굴도 만져보고 셀카도 같이 찍어가고 했다. 검색해보니 리사는 태국인이였다;;; 아시아인들이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K-pop 뿐만아니라 "불닭볶음면 잘 먹을 수 있다."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학교는 재밌게 봤다." 하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나는 불닭볶음면 못먹고 쫄보라서 좀비, 피나오는 드라마는 못본다..


역시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이 아니군.. 다시 한번 깨달았다.



# 한국인

한국인 비율이 가장 적은 어학원 중 하나에 갔는데 막상 가보니까 한국인이 너무 그리웠다.

(외국인 친구들에게는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때문에 하고 싶은 말 다할 수 없으니까..)


8월에는 사랑스러운 한국 자매님들을 만났다.

(9월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한국인은 한명도 오지 않았다..)


언니는 일본에서 대학다니고 동생은 한국에서 미대에 다닌다.

동생은 22학번이였는데, 22학번이랑 같이 놀 수 있다니... 재밌었다.

(가끔 줄임말을 못알아듣는게 있었다..)


둘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너무 깊고 성숙해서 대화가 너무 잘 통했다.

"단 하나의 능력만 가지면 뭘 가지고 싶냐" 이런 주제들로 재밌는 상상을 펼치며 신나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녀들의 아찔한 밸런스게임도 재밌었다.


자매님들을 만나서 참 행복했다.

학원에 한국인이 있다면 잘 이해안되는 것도 한국말로 물어볼 수 있고 의지도 되고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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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

마지막 주는 나보다 조금 더 레벨 높은 반을 추천해주셔서

아르헨티나에서 1주 수업 들으러 온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인 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17, 18살인 그들은 너무 순수하고 사랑스러웠다.

나도 덩달아 youthful energy를 가득 충전했다.

젊음 그자체가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나는 여기서 너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부족한 나를 항상 멋진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친구들.


"You are a wonderful person, never change"

"Keep being who you are"


이런 말들은 내 마음에 큰 양분이 되었다.

그들 때문에 더 돌아오기 쉽지 않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길,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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