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25

by 배져니
20160907-꽃이 있는 그림 사본.jpg



1


강의를 듣는데 새로 등록해 들어오신 분이 있었다.

미처 교재를 준비하지 못한 분이라서 선생님은 그분을 내 옆에 앉으라고 하셨다.

책을 같이 보라는 의도이시다.

여자분이 생김새가 깔끔하고 입성도 단정하여 거부감은 없었다.

그래서 책을 그분과 나의 정중앙에 놓고 그분에게 잘 보이도록 나름 성의껏 배려했다.

그분은 자신이 불청객이 된 듯한, 살짝 미안해하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그런 모습이 보이니 나는 그분이 마음에 들어서 더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책을 공유하여 수업받았고 어느덧 강의가 끝났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나가려는 나를 그분이 불렀다.


"죄송해요, 불편하셨죠. 이거라도...."


초콜릿 과자 한 봉지를 건네준다.


"아니에요. 괜찮은데...."


"이거라도 대신.. 고마웠습니다."


"아.... 네, 잘 먹을게요."


의외의 선물을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거 참. 사람이 참 됐네, 됐어.


과자 한 봉지에 인격을 넉넉히 평가하게 되더라.








2


친척 어른이 암에 걸리셨다.

가까이에 사셔서 부모님과도 왕래가 잦으신 어르신이다.

명절 때에는 그분의 많고 많은 딸과 사위와 손주들이 우리 집을 방문해서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돌아가는 등, 밀접하고 친근한 관계이다.

그렇게 가까운 관계인데 아무래도 이번 추석에는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다.


평소 건강하시고 튼튼한 체력으로 수영장 레인을 수십 번씩 왕복하시는 분이었다.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매번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하셨는데도 암의 발생을 막지 못하시다니.


'그럴꺼면 운동 따위 하나마나네. 쯧! 운동하면 도대체 뭐가 좋아진다는 거야!!'


괜스레 짜증이 나면서 풀 곳 없는 화를 홀로 삭였다.

화통하고 총기 있는, 여장부 같은 어르신에게 애정이 갔었다. 그래서 내게 짜증과 답답증이 나타나는가 보다.

수술을 하게 되면 힘든 수술이 될 것이라던데....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기도뿐.


조용히 '잘 되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잘 되길', 그렇게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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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재미있는 놀이였다.


-에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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