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머니와 시장에 갔다.
채소 가게에 들렀는데 가격들이 저렴했다.
바나나 한 다발이 2500원, 꽈리 고추 1봉지는 2000원.
다른 것들은 더 사지 않았지만 아무튼 상품들 중 최저 가격은 1000원인듯 싶었다.
어머니는 바나나와 꽈리고추를 계산하러 카운터에 가셔서
카드를 내미셨으나 직원분이 카드 계산은 5000원 부터 가능하다고 알려주더라.
4500원에서 5000원까지, 500원 차이인데 왜 5000원은 되고
4500원은 안 되나?
뭐, 그런 생각을 하다가 한숨 한번 쉬고,
"500원짜리가 있나?"
...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거기 직원들이 와락 웃으신다.
직원들이 손님들을 유심히 관찰하더니만, 어머니와 나도 관찰당했나 보다.
어머니는 카드만 가지고 나오신 터라 구매를 포기하며 나가시려는 뉘앙스였는데,
그 딸인 나도 '뭐야?'라는 느낌의 한숨을 쉬니까 안 살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근데 의외로 사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말,
500원짜리 상품을 찾으려는 의지의 말이 나오니,
하지만 가게엔 1천 원짜리가 최솟값인데...,
그래서 직원분들이 웃음이 난 게 아닐까 싶다.
아니, 사실 정확히 왜 웃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바나나를 집에 사 가고 싶어서 어머니께 제일 저렴한 애호박 구입을 권유했다.
"어무니, 천 원이래요. 애호박 사죠?."
그래서 5500원 카드 결제를 하고 바나나 등등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2
어제는 정말 엄청스레 잠을 잤다.
중간에 깼던 것은 어머니가 '너 할 일 있다.'라고 하시며 깨워서였고,
간단한 웹 업무가 끝나자 나는 다시 잠들었다.
몇 시간인지도 모르게 꿈속을 유랑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은 깼다.
몸뚱이는 아직 전체적으로 몽롱했는지
허기도 느껴지지 않고, 목마르지도 않고,
화장실도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포근한 침대 속에서 좀 더 녹아들어
이불과 부드럽게 엉키고자 몸을 뒤집으니...
어억... 허리가 이상하다....
뻑적지근... 누워있는 게 힘들었다.
그대로 계속 누워있다간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더라.
강제(?) 기상해서 이 새벽을 지내고 있다.
이제야 조금 허기가 생기는데,
5500원 카드 결제한 덕분에
새벽 나절 찾아온 이 허기를
바나나로 간편히 달랠 수 있었다.
3
바나나는 원래 잘 먹지 않았는데,
매그놀리아 푸딩을 만들면서 좀 사들이고,
작년에 배움처에 가서 간식시간에 먹으려고
주기적으로 좀 자주 사들였다가,
이제는 뭔가... 상시 대기시켜놔야 안정되는 느낌이다.
바나나 섭취량이 급격히 늘어나서,
이러다가 원숭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자주 먹다 보니 바나나도 당도와 풍미가
각기 다르다는 걸 알면서, 이런 구분이 가능하면
진짜 원숭이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우.. 설마... 땀 나.
4
바나나 과다 섭취로 원숭이로 화하면,
나는 과감히 영화 배우하련다. 시저의 여자 동료로.
혹성 탈출 시나리오에 역할 나오면 알려달라,
촬영전까지 바나나 먹고 있으면
더욱 원숭이 화해서 분장비 절감 효과까지 얻을 수 있으리.
출연료로 돈은 필요 없으니 여의봉 구해다 주라,
롤스로이스 필요 없으니 근두운 하나 뽑아주고...
비행기 표값이 비싸서 전용 근두운 하나 있으면 여행비 절약되겠더라.
랄라~ 여행 일정 짤까 봐~
5
근데... 사실.... 더 편리한 여행은....
바나나를 든든히 먹어서 배부르고 노곤노곤해질 때 바로 누워서
꿈나라 직행 여행하는 게 제일 경비가 쌀 걸!
6
그러나 져니는 좀 여유 있는 편,
경비를 조금 더 들여서
여행을 떠난다, 책 속으로.
그렇다, 져니는 여전히 '방. 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