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가족 영화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따스한 순한맛 영화들이 많이 생각난다. 하지만 모든 가족 영화들이 순한 맛은 아니다. 굉장히 매운맛의 포스터를 가진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두 영화 모두 강렬한 반전을 자랑한다.
그을린 사랑은 매운맛 중에서도 알싸하고 여운을 오래 남기는 마라맛에 가깝다. 중동의 내전이라는 시대의 상처를 담은 스토리와 강렬한 반전까지, 꽤 오래가는 충격+총격을 마음에 새기는 영화다. 시뻘건 영화 포스터의 강렬함 역시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것 같다.
중동계 캐나다인 여성인 나왈 마르완이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들에게 혼란스러운 유언을 남긴다. 잔느와 시몽은 이제껏 존재를 몰랐던 형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주인공 남매는 레바논으로 떠난다. 그 과정에서 베일에 감춰졌던 어머니의 과거를 하나하나 알아가고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내전의 비극과 가족의 비밀을 인고했던 나왈의 지난 세월은 강렬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의 결말과 주인공 남매의 여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크게 준 것 같다. 에피톤 프로젝트와 한희정이 함께 부른 '다음날 아침'도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만들어졌다고 하니 영화와 노래를 같이 비교해 감상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래, 그래도 참 반갑구나 했어
난 너에게 아무 말도 못했지만
그래, 그래도 참 다행이라 한 건,
그 시절이 남아줘서
아파할 건 서로에게 맡기자
수많은 날이 다시 찾아올 테니
조금 기다려 머지않아 이곳에 눈을 떠보면
다음날 아침이
에피톤 프로젝트 & 한희정 - 다음날 아침 중
https://www.youtube.com/watch?v=iyATMcIlQeM
감독 : 드니 빌뇌브
평론가 코멘트 : 정신이 나갈 것 같은 반전(反轉+反戰) (김도훈 평론가 / 별점 4.0)
카메라를 놓치면 안 돼!는 매운맛보다는 온몸이 누그러지는 사골국물맛에 가깝다. 단지 좀비가 많이 등장하기에 매운맛에 분류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내용을 언급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최대한 설명은 자제하려고 한다. 다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끼리 느낄 수 있는 강력한 공감대가 아주 클 거라는 점은 확실하다.
이 영화에서 원테이크 촬영은 아주 중요한 영화 소재로 나타난다. 어쩌면 우리 삶이야말로 세이브 버튼도 없고 리셋 버튼도 없는 얄궂은 원테이크 무비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나의 원테이크 무비를 함께하는 가족에 대한 위대한 찬사와 동의어로 와닿는다.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는데 가족애, 열정, 투혼 모두 하나로 비벼진 정말 쿨한 B급 영화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도 제한적 상영으로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서 역주행을 하게 되어 제작비에 1000배를 벌었다고 한다. 또한 미국, 프랑스 등에서 리메이크를 하게 되는 대 성공을 거뒀다.
감독 : 우에다 신이치로
평론가 코멘트 : 중요한 B무비로 남을 운명, 그런 만듦새 (이용철 평론가 / 별점 4.0)
그을린 사랑 &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둘 다 매콤하지만 다른 맛이다. 그을린 사랑은 가족의 진실을 이해하고 천천히 소화해야 하는 슬로푸드라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맛있게 매워서 계속 손이 가는 색다른 매운맛이다.
음식 얘기로 풀어가다 보니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조카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으니 푸릇푸릇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같이 나눠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