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을까. 갑자기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뀐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을 느끼거나 멀미를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어른의 세계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한 뼘 성장하고 철이 드는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두 영화는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지는 순간에 대한 영화다.
영화 우리집은 가족의 문제에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 하나가 주인공이다. 우리집은 왜 이 모양이지 푸념하면서 누구보다 가족을 걱정하는 하나와 친구들은 여름방학에 우연히 만나 단짝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집과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먼 길을 떠나고 길을 잃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막막한 상황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찬찬히 해 나가는 행동파 아이들이 웬만한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주인공 하나는 부모님의 불화에 본인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모님의 이혼 계획을 조금이라도 막아 보고자 가족 식사를 준비하고 가족 여행 계획을 세우는 하나의 모습을 보면, 자신만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결국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되면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워 가겠지만 그 역시 거대한 성장의 여정일 것이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나이란 없다. 다들 매 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뿐이다.
벌새와 개봉 시기가 겹쳐 주목은 조금 덜 받았던 것 같으나, 우리나라 독립 영화의 미래 중 한 명인 윤가은 감독은 어린아이가 접사로 세상을 촬영한 것 같이 생동감 넘치게 영화를 풀어간다. 윤가은 감독은 브런치에 우리집의 제작기를 소개해두었다. 독립영화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독님과 제작진들의 진심 어린 투혼이 느껴진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이루어졌는지를 생각하게 하는데 관심 있으실 분들을 위해 링크를 공유한다. https://brunch.co.kr/@summerworldofus
감독 : 윤가은
평론가 코멘트 : 여름 햇살 깃든 물처럼 셀 수 없이 반짝인다 (송형국 평론가 / 별점 4.0)
가족 영화의 대가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이번엔 별거 중인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형 코이치는 엄마와 가고시마에 살고 있고, 둘째 류노스케는 아빠와 후쿠오카에서 살고 있다. 형제는 신칸센 고속 열차가 교차해서 지나가는 순간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원을 이뤄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친구들과 소원을 빌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러나 코이치의 소원은 가족의 재결합인데 어째 동생 류노스케의 소원은 형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영화는 어린이가 철이 드는 순간을 잘 포착한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신칸센 고속 열차 앞에서 소원을 비는 순간,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을 염두에 둔 소원을 비는 순간 아이들은 한 뼘 더 단단하고 담담하게 성장한다. 철없던 순간에서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게 된 그 순간, 형제는 조금 더 자라 어른의 세계에 더 가까워졌다. 마치 미처 몰랐던 어른들의 음식(가루칸떡)의 은근한 맛을 알아가듯.
영화에는 형제의 성장 여정을 도와주는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코이치의 외박을 눈감아주는 외할아버지와 엄마, 류노스케와 친구들의 여행비를 지원해주는 아빠, 위기의 순간 하룻밤 재워주는 이름 모를 노부부까지. 어린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어른들과의 교감이 필요하고, 이를 디딤돌 삼아 성장한다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나는 어떤 시간을 지나 철이 들었나 돌이켜본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평론가 코멘트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짝수번째 영화는 전부 걸작 (이동진 평론가 / 별점 4.5)
최근에 둘째 조카가 태어나 첫째 조카와 집에서 한 달 동안 같이 보내면서 많은 걸 생각했다. 삼촌의 특장점은 육아를 할 필요가 없고 조카를 예뻐해주기만 하면 되는 건데, 활발한 조카 덕분에 이것도 쉽지 않은 퀘스트임을 알게 되었다. 6살 조카는 사실상 어른과 동일하다고 할 정도로 논리력도 있고, 눈치도 영민했다. 곧 내후년에 학교에 들어가면 앞으로 더 세상을 알게 되고 힘든 순간도 많겠지만 적극적이고 강인하게 크길 기도해본다. 삼촌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