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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leap Oct 11. 2021

K-가족 영화

세 자매 & 남매의 여름밤

한국 가족 영화 중 자매와 남매의 서사를 다룬 영화는 많지 않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자매와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흔치 않은 소재로 영화 내 한국적인 K-요소들이 서사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며 감상했다.


1. 세 자매

포스터만 봤을 때는 잔잔한 힐링 영화인 줄 알았는데 소화시키는데 시간이 필요한 영화였다. 고레아다 히로카즈의 잔잔한 가족 영화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K-스릴러 버전쯤 되려나. 생각보다 임팩트가 크고 어질어질한 영화였다.


영화는 둘째 미연을 중심으로 세 자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외면하고 싶은 K-악습들을 정면으로 들춘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앙에 열중하는 미옥, 가정 폭력, 내상을 잘 숨겨온 자매들, 알콜중독, 불륜, 학대받는 아이들을 외면하는 이웃 등등 불편한 K 요소들이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소화하기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배우들의 연기에 있다. 특히 문소리 배우님을 중심으로 김선영 배우님(첫째 희숙), 장윤주 배우님(셋째 미옥)의 연기 앙상블이 참 좋다. 문소리 배우님은 다음에 제대로 스릴러 한 번 찍으셨으면 할 만큼 소름이 돋는 연기력을 선보인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자매들의 각성은 관객을 숨 못 쉬게 한다(진심이다). 불합리한 K문화들을 견뎌오기만 했던 자매들은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한다. 외면했던 상처를 응시하고 앞으로의 우애를 다진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집중하는 자매들의 각성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알싸하게 K 악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고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문소리 배우님은 영화 제작에도 참여하셨다. '세 자매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시나리오, 인터뷰, 스틸 컷 등을 담은 책도 감독님과 함께 제작하셨다.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에서 문소리님 편을 들었는데 우리나라 영화계를 이끄는 여성 배우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해진다. 재미있게 들었어서 아래와 같이 링크를 첨부한다.


175-1 [김하나의 측면돌파] 걱정에 진심인 배우 문소리의 '세 자매 이야기'

https://www.podbbang.com/channels/15135/episodes/23966714

감독 : 이승원 

평론가 코멘트: 모여야만 완성되는 흉터를 따로 또 같이 쓰다듬는 일 (김소미 평론가 / 별점 3.5)


2. 남매의 여름밤

남매의 여름밤은 형편이 어려워진 아빠와 옥주/동주 남매가 할아버지의 양옥집에 머무르게 되며 시작한다. 마침 옥주/동주의 고모도 남편과 싸우고 양옥집으로 찾아오며, 두 남매(아빠-고모, 옥주-동주)의 여름밤이 펼쳐진다.


두 남매는 양옥집에서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만들어간다. 가족끼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막내의 재롱을 보는 평화로운 시간부터 가족과 마찰을 겪고 할아버지와 사별하는 과정까지. 두 남매에게 그 해 여름은 존재감 강한 삶의 한 조각으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꿈'이 중요한 소재로 몇 번 활용되는데, 두 남매에게 그 해 여름은 아련한 꿈처럼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옥주와 동주가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다시 화해하는 장면에서 K 남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본다. 싸우고 화해하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니 나와 형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귀여움 받고 재롱부리던 내가 어느새 성장해 어른이 되었구나. 그래서인지 영화 마지막 옥주의 눈물도 성장통의 눈물처럼 보였다. 

윤단비 감독님은 본 작품을 졸업 작품으로 만드셨다고 하는데, 이 영화로 각종 상을 휩쓰시고 주목받는 감독이 되셨다. 90년생으로 어린 나이에 빛을 발하는 모습이 (또래인 나에게는) 좋은 자극처럼 다가온다. 나도 나의 분야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아래는 감독님의 인터뷰를 발췌한 부분인데, 가족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인상적이라 옮겨본다.

“가족은 ‘칫솔’ 같다. 제가 본가에 내려가면 아빠 칫솔을 우연찮게 보게 되는데 해져있으면 왠지 안쓰럽다. 칫솔은 양치질 할 때만 문득 보는 물건인데, 평소에 신경을 안 쓰고 있다가 눈에 들면 마음에 돌 같이 남는 존재다. 가족도 그런 거 같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결함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받게 되지 않나. 저는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줬으면 좋겠다. ‘남매의 여름밤’을 만들 때 저는 가족이라는 게 한 사람의 삶을 조각으로 나눠서 함께 지고 가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 윤단비 감독님 OSEN 인터뷰 중 발췌- 

감독 : 윤단비  

평론가 코멘트 : 나의 오늘도 어느 선명한 여름날에 남겠지 (심규한 평론가 / 별점 4)


한국 가족의 특수성을 생각해본다. 그중 하나는 K 아버지일 것이다. 세 자매에서는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아버지가 부각되고, 남매의 여름밤에서는 장난도 많이 치고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아버지상이 부각된다. 감사하게도 나의 아버지는 엄할 땐 엄했지만, 늘 친근하게 아들을 응원해주신다. 윤단비 감독님 인터뷰처럼 가족이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주는 존재라면, 나도 앞으로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나누고, 오랜 시간 좋은 추억들을 쌓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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