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이 열리다
내 삶의 궤적은 그간 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렸을 적 컴퓨터 게임을 하느라 각 종목들의 기본적인 룰은 알고 있었지만, 음악/영화와 같은 스포츠 이외의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했다. 오히려 스포츠보다는 건강 챙기기에 관심이 많아서 헬스나 요가, 필라테스, 수영과 더 가까운 나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아직 가본 적 없는 새로운 문이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1월 새롭게 팀을 옮겼다.(관련 링크) 새 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업무를 찬찬히 잘 챙기는 내 성격과 스포츠 업무가 적합할 것 같다고 하셨고, 이제 스폰서십 업무도 경험해 볼 때가 되었다고 하셨다. 또한 좋은 사수들과 스케일 있는 업무를 담당하여 나의 이미지를 잘 구축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팀장님께서 내 연차에 필요한 배움을 챙겨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재직 중인 회사는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꽤 유명한 스포츠 단체를 후원하고 경기 때 우리의 제품과 브랜드를 노출한다. 이제 업무를 맡은 지 두 달 정도가 된 셈인데, 업무의 히스토리도 잘 파악해야 하고 타임라인 별로 촘촘하게 챙길 것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내게 갖춰야 할 역량들도 돌이켜 보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마케팅이나 전략 업무들은 에이전시를 잘 활용하고 나를 갈아 넣어 좋은 아웃풋을 내면 되는 성격이었는데, 스폰서십은 나 하나의 역량만으로 잘 되는 마케팅이 아닌 듯하다. 초짜 스포츠 마케터가 느낀 필요 역량들을 나열해본다.
- 스포츠 단체와의 커뮤니케이터 역할 및 협상력
- 실행 현장에서의 자신감이 있는 결단력
- 참신한 크리에이티브/캠페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기획 능력
- 협업 파트너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 능력
- 타임라인을 잘 관리하며 smooth 한 프로젝트 관리 능력
- 영어 컨퍼런스 콜을 위한 영어 실력 등등등등
막상 나열하다 보니... 결국 마케터/기획자/PM으로서의 종합적인 역량이 다 요구되는 업무인 것 같다.
이렇게 필요한 역량들이 참 많은데, 나에게는 채워야 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다. 물론 올림픽/월드컵 때는 애국심으로 경기들을 챙겨보기는 했지만, 이런 일시적인 마음에 비해 찐 스포츠 팬들이 열광하는 포인트는 분명 다를 것이다. 스포츠 팬심의 감성적인 부분을 어떻게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더 나아가 스포츠 팬들이 아니라 대중과 MZ 세대들도 유입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같이 일하는 사수 분들이 참 나이스 하신 게 내가 스포츠에 관심이 많이 없었다고 하자, 본인들은 열렬한 스포츠 팬의 시야로 바라보기 때문에, 스포츠를 잘 모르는 일반인의 시선을 더하여 의견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감을 보태달라고 하셨다. 워낙 좋은 분들이라 같이 일하는 분들에 대한 설렘도, 업무에 대한 설렘도 공존한다. 일단은 스포츠라는 바다 속에 잘 적응만 해도 감사할 것 같다.
너의 아이 같은 모습이라던가
내가 존경하고 믿는 부분
모두 다 똑같이 예뻐해 난 너를 공부해
- 심규선의 '표정' 中
분명 스포츠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있고 푸념을 터트릴 날도 오겠지만 작은 나무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큰 숲을 보려고 노력할 수 있기를. 심규선 님의 ‘표정’이라는 노래에는 ‘난 너를 공부해’라는 표현이 있는데, 내게 스포츠는 당분간 공부의 대상이 될 듯하다. 스포츠 분야에서 나만의 insight들이 쌓이길 기대해 본다.
image by @robinegg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