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연필과 아크릴이라는 평생교육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초중고 교과 수업 외에 인생 최초의 자발적 그림 수업입니다.
첫날 수업은요. 연필과 친해지는 수업입니다. 연필로 다양한 선을 그리고 연필을 눕혀서, 세워서 다양한 선을 그렸습니다. 두 번째 수업은 펜으로 다양한 선을 그리고 그림을 스케치했습니다.
세 번째 수업은 연필로 스케치한 후 색연필로 색을 입힙니다.
좀 어렵다 싶으면 선생님께 질문을 하면 설명도 잘해주시고 살짝, 아주 살짝 손을 봐주십니다.
그 효과는 놀랍습니다. 그럴싸하게 보입니다. 멀리서 보니 더 그럴싸합니다.
정녕 내가 그린 그림인가~~
시골 읍사무소에서 하는 평생교육 수업입니다. 젊고 예쁜 미대 출신 아가씨 선생님께서 수업을 하는데 아주 친절합니다. 3월에 시작한 수업인데 산불로 잠시 쉬고 다시 수업을 재개했는데 만족도가 높습니다. 수업 중 학생의 휴대폰 벨이 울립니다. 그냥 통화합니다. (아주 가끔 있는 일입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일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수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선생님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냥 수업에 집중합니다. 각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수강생 한 명 한 명 그림을 봐주시고 필요한 정보를 주십니다. 칭찬도 잘해 주십니다.
"이렇게 그리면 안 됩니다."는 들어 본 적 없습니다.
"이렇게 그리시면 선이 더 살아납니다. "
"이렇게 눕혀서.... 이렇게 색칠을 하시면....."
말씀하신 대로 해보면 그림이 살아납니다.
"소질이 있으신데요...."
칭찬의 말이 쏟아집니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학생이 학생에게, 학생이 선생님께.
수업시간 피아노 연주곡, 팝, 발라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십니다.
옆 방 수업이 명상수업인데 그림 그리는 우리 반 수업이 명상이 됩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음악 속에 각자 그림에 몰두합니다.
자신에게 온전한 힐링의 시간이 됩니다.
유치부 학생들 수업도 진행하신다는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스케치와 그림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그림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주셨어요.
'내가 재능이 있네.'라는 발견을 스스로가 할 수 있게 해 주셨어요.
사람의 기를 팍팔 살려서 자신감 빵빵하게.
그림 수업에서 하나 배웠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고요."란 부정의 말 대신
"이렇게 하면 ~~~ 예뻐지고. 좋아져요." 긍정의 말을 하면 된다는 것을요.
부정의 생각은 부정을 불러오고
긍정의 생각은 긍정을 불러옵니다.
선생님의 지도로 용기가 샘솟아 그림 올려봅니다.
"에게, 이게 뭐야"라고 하실 건가요?
50살 인생에 처음 배우는 그림 수업입니다.
긍정이 긍정이 부른다는 말 잊지 않으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