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읽을 것인가>, 고영성
삶은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조지 버나드 쇼
요즘에는 서점에서 아이쇼핑하는게 취미일 정도로 책을 좋아하지만, 원래 부터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는 책 읽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나에게 부모님은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책이 좋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맨날 책 읽으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도 왜 책읽기가 싫을까 항상 궁금했었다. 이 책을 읽고 그 질문에 답을 얻었다.
이 책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 라는 책 제목 그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여러가지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재미있는 부분은 저자가 뇌과학의 이론과 연구결과를 가져와서, 인간 뇌의 매커니즘에 최적화 된 독서방법이 무엇인지 소개한다는 점이다. 내가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는데, 내가 해보니깐 이게 좋더라는 식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뇌가 이렇게 생겼고 저렇게 작동하기 때문에 책을 이렇게 읽는 것이 좋다라고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니깐 묘하게 설득되는 뭔가가 있다.
저자는 뇌의 가소성을 강조한다. 뇌의 가소성은 우리가 평소에 반복해서 하는 생각이나 행동에 의해서 뇌가 변한다는 것이다. TV를 많이 보는 사람은 TV 보는데에 익숙한 뇌로, 책을 읽는 사람은 책 읽는데에 익숙한 뇌로 사람의 뇌가 점차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전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결정론적인 생각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다. 오히려,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 지적인 능력이 얼마든지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독서라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뇌는 원래 독서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활자는 인류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발명한 것인데, 원래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활자를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것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책읽기를 어려워하고, 심지어 싫어하는 것이다. 책 읽는 것은 원래 어렵고 힘든 것이다. 어릴때는 나만 유달리 책 읽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 책을 술술 읽을 수 있는 뇌를 만들려면, 책을 좋아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너무 뻔한 대답이지만, 저자는 그냥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한다.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다보면, 뇌가 점차 독서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초보자에게 다독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많은 이론과 사례들은 저자의 엄청난 독서량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어릴 때 나는 왜 책읽기를 힘들어 했을까. 인간의 뇌가 원래 책 읽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유난히도 책을 싫어한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저자는 책 읽는 환경이 중요하고,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부모님은 책 읽으라고 말은 많이 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책을 읽지 않았었다! 이것으로 나의 오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