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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과 재택근무

VIEW_36도

얼마 전 CCC 에디터 K님과의 대화

"영화 소울이 재택근무로 만들어졌다는 거 알아?"

"WOW! 픽사 첫 재택근무 영화라니!"



soul 가득한 영화 <<소울>>은 픽사의 첫 재택근무 영화이다. 재택근무로 이렇게 훌륭한 스토리와 몽글몽글한 비주얼을 지닌 애니메이션이 탄생할 수 있다니. 어쩌면 재택근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생산성이 좋은 근무 제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ㅎㅎㅎ


픽사 첫 재택근무라는 스토리가 흥미롭고 또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인터뷰 기사를 찾아봤다. 

다음은 이투데이에서 진행한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인터뷰 내용이다.

[초대석] 한국어·재택근무·가족…영화 '소울'이 특별한 이유


인터뷰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특히 이번 작품은 디즈니 픽사 직원들이 재택근무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인만큼 소통에 문제는 없었는지 물었다.

"재택근무를 한 지 벌써 1년이다. 떨어져 작업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통이 불편하고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땐 디테일한 퀄리티를 놓치지 않으려 어떻게든 서로 협력해 작업한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 덕분이기도 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캐릭터를 연기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일을 맡고 있다.

"디니에선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만 애니메이터라고 한다. 다른 부서에선 컴퓨터 화면 안 조명이나, 카메라 촬영 담당자도 있다. 배경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보이지 않는 뼈대 속에 가상으로 작업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일원은 '수평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 같다'라고 묻자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단점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미 모였다. 다른 의견도 내지만, 그것조차도 픽사에 뽑힌 사람이라면 책임감 있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보는 거다. 그래서 하나라도 허투루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균형도 중요하다. 대신 결정은 감독이 한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의 인터뷰도 있다.

'소울'의 사랑스러운 TMI - 재택근무여도 고퀄리티엔 문제없지!

참고로 이 분은 유튜브를 통해서 <<소울>> 작업을 진행할 때의 상황도 공유하고 있다. 궁금하면 검색!


픽사는 지난해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소울>이 당초 6월 개봉예정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행히 후반작업 막바지부터 재택에 돌입해 큰 혼란은 피할 수 있었던 셈. 대형 화면에 아비드 편집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미세한 한 프레임을 조정해야 하는 최종 작업 시에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 편집 부서만 픽사 캠퍼스로 돌아가기도 했다.

대규모 분업과 협업의 결과물인 텐트폴 애니메이션의 재택근무 작업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에 따르면 그 비결은 근속연수에 있다고. “픽사는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모여 있는 LA 중심에서 7시간 정도 더 가야 하는 외진 곳에 있다. 그래서인지, 한번 들어온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 (웃음) 우리 부서만 보아도 평균 근속연수 11년. 서로 워낙 합이 잘 맞아서 재택도 끄떡없다.”


누구나 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잘 되게 만들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작년 1년동안 재택근무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던 이들은 알 것이다. 

'잘 될 것 같으면서도,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경계' 

그래서 인터뷰이들이 말한 일을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들을 '흥, 별 것 아니네', '쉽잖아?'라고 치부해서는 안된다. (해보셨어요? 생각보다 잘 안 된다구요~ 진짜에요!)



재택근무 상황에서,

소통이 불편하고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서로 협력하는 것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그러면서 협력도 챙기는 것)

보이지 않는 뼈대 속에서 가상으로 협력하여 작업을 해내는 것

수평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나누는 것

책임감 그리고 균형 있게 의견을 내고, 결정은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서로 합이 잘 맞는, 척하면 척인 관계를 맺는 것


일상의 환경에서도 어려운 일들인데,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어떨까. 픽사는 어떻게 일이 되게 만들었을까. 좀 더 디테일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사를 찾아보고, 구글링을 통해서 현지 인터뷰 기사는 없는지도 서치 해봤지만 더 이상의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혹시 찾은 분이 계시다면 답글 좀 부탁드려요!) 아마도 미국에서는 remote work, teleworking, telecommuting 등 재택근무의 형태가 새로운 이슈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뽑은 키워드로 재택근무를 통해 프로젝트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결국은! 재택근무로 1)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2)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나눌 것인가 3) 이 두 가지가 잘 될 수 있도록 어떻게 건강한 관계를 만들 것인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놀랍게도 이 3가지는 브랜드와 일치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동일하다. 결국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탄탄한 곳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조직문화에 스며들 수 있는 그들만의 일 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문화가 탄탄한 곳은 근무 형태가 어떻게 바뀌던지 간에 빨리 '적응'한다. 소통하는 방식이나 형태는 바뀔지 몰라도, 그 정신은 변하지 않는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다른 인터뷰 기사에서 픽사에서 "공동의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신뢰와 존중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 중요하게 배운 것 중 하나였다."는 말을 했다.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픽사는 상호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그것은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픽사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경BP시리즈 포스트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픽사는 할리우드의 대부분 스튜디오와 달리 스타 중심의 모델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대신 이 회사는 팀 전체를 ‘스타’로 대우하지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픽사는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티다”라고 픽사의 창업자 에드 캣멀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인간관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몇 가지 기본적 믿음을 공유한다.” 그런 믿음 중 하나는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단지 감독이나 크리에이티브 리더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데 참여하는 200~250명의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할리우드 대부분의 스튜디오와 달리, 스타보다는 팀웍을 강조하는 픽사. 브랜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가치 덕분에 픽사의 일하는 문화, 소통의 방식이 만들어졌다. 또 픽사의 다양한 네트워크와 끈끈한 팀워크에 기여한 픽사유니버시티를 통해서 1) 사람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와 접촉하게 하고 2) 팀 기반 기업문화에 기여하여 픽사의 엄청난 성공을 이끌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픽사라는 브랜드의 정체성 그리고 조직문화가 탄탄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후반 작업에서 전사재택근무로 전환되었다 하더라도 픽사가 잘 해왔던 그대로 <<소울>>이라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이 탄생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조직이 재택근무로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OO기업 HR 담당자의 질문

"어떻게 출퇴근 체크를 하나요?"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체크 하죠? 노는지 일하는지..."

"성과가 나오나요?"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죠?"



 "글쎄요... 데일리 업무일지를 잘 써서 어떻게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서로 볼 수 있도록 하고요. 음... 그리고 소통을 많이 하구요..." 아니지 아니지. 그게 먼저가 아니라, 결국 재택근무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문화의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어 둬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수1에서 수2로 미적분과 이산수학으로 넘어가도 수학을 잘 해내는 것처럼. 근무 상황의 변수가 생겨 일하는 환경의 난이도(?)가 높아져도 문화가 탄탄하면 또 금방 적응해낸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며, 그 가치 실현을 위해서 어떤 환경과 행동이 따라야 하는지를 정해야 일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일지작성과 관리감독이 아니라 문화가 먼저다.



영화 <<소울>>이 주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소울>>을 만들어낸 픽사의 아이덴티티와 조직문화를 들여다봐도 좋겠다. 무엇보다 '협력', '함께', '팀웍'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조직문화를 챙겨나가는 조직이라면 말이다.







영화 《토끼굴》의 한 장면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땅속 동물들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이 단편은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어 버린 시대에 ‘함께하는 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뭉클하게 상기시킨다.  출처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에

'함께 일 하는 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모두가 느끼고 있을 텐데,

조직문화 담당자는 그 가치와 소중함을 어떻게 경험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잠깐 <<소울>>이야기 좀 하고 마무리 할까요?


영화 <<소울>>은 뉴욕의 한 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는 '조'라는 인물을 흑인으로 설정한 것뿐만 아니라, 흑인 음악의 뿌리가 되는 재즈를 통해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정서를 보여주는 측면에서 픽사가 꾸준하게 시도해 온 문화적 다양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딸과의 데이트 시간에  <<소울>>을 보러 갔었는데, 나만 울고 웃고 감동을 받고 나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6살 딸아이에게는 조금 무서울 수 있는(죽음), 어려운,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었다. 디즈니 픽사 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모두 보는 나였기에 데이트를 핑계로 순전히 나를 위한 영화였다.


무튼 영화를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순간이 있다. 꼭 가슴 뛰는 꿈이 없어도 되는 것인데, 뭔가 대단한 목표가 없어도 나의 삶은 소중한데 나는 왜 그렇게 치열하게 "열씨미"가 되었어야 했을까 하며 괜히 내가 불쌍해져서 목구멍이 꽉 막히기도 했다. 뭐... 성격이 그래서 그리 살아온 것도 있겠지만, 글쎄...!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싫어서 나는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각설하고.


꼭 살아가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걸까, 이 일을 하는 목적과 소명 의식이 있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영화 <<소울>>이 "다 부질없어요 여러분. 그냥 막 사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그런 원대한 목표와 비전을 찾느라, 내 눈 앞에 있는 따뜻한 행복의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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