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과 국경을 맞댄 몰도바까지 침공할 계획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나에게 몰도바는 그저 자주 듣는 아름다운 연주곡 이름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전쟁의 위협과는 거리가 먼 평화로운 목가적 풍경의 나라인줄만 알았었다.
몰도바는 발칸반도 집시들이 몰려드는 나라이자 집시들의 정신적 고향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도바가 조국인 세르게이가 연주한 몰도바라는 곡은 바이올린 소리에서 비장한 슬픔과 애수가 철철 흘러나온다.
층간소음이 걱정될 정도로 앰프 볼륨을 높여 톨보이 스피커로 쩌렁쩌렁 울리게 하여 듣고 있으면 처음부터 터져 나오는 바이올린 연주 소리에 압도되지만 어느새 바이올린의 고음 연주에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체 못 하는 슬픔일 수도 있고, 강풍에 일렁이는 듯한 감정일 수도 있고, 강한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저 아래서 받쳐주는 탄탄한 피아노 연주가 안정적인 템포로 들려온다. 이내 그 피아노 소리는 불안정한 바이올린 소리를 감싸주면서 비 오는 날 햇살이 갑자기 나타나 세상이 환하게 바꾸어 놓듯이 불안감과 긴장감과 애수와 슬픔이 갑자기 환희와 평온함으로 바뀐다. 지평선 저 멀리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나에게 밀려 오는 듯한 광경을 떠올리게 한다.
더 높아지는 바이올린 소리는 불안한 외침과 흐느낌이 아니라 피아노와 화음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축배의 고음으로 바뀌면서 안도와 환희의 축제장을 휘감는 폭죽이 된다.
한 번씩 쳐주는 탬버린 소리를 쭉 따라가면 긴장과 걱정이 안도와 환희로 바뀌는 그 극적인 변화를 축제의 장 안에서 함께 느껴 볼 수도 있다.
세르게이의 연주 속에서 집시의 애환을 환희로 바꾸기를 바라는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전쟁의 참상을 겪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의 국경에서 전쟁의 애환이 환희로 바뀌기를 소망하며, 그의 연주가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 평화롭고 환희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고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