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서중학교는 개교한 지 70년이 넘은 서울에 있는 중학교인데 신입생 수가 줄어 2027년 3월 1일 자로 통폐합이 결정되어 문을 닫게 되었다 한다. 아현국민학교를 졸업한 필자가 경서중학교가 폐교가 된다고 하니 또 하나의 기억이 없어지는 것 같아 몇 가지 기억을 끄집어낸다.
1950년 개교한 경서중학교는 원래 아현동에 있었고, 아현국민학교와 담이 붙어있었다. 경서중학교는 당시로서는 유명한 경기공업고등학교와 같은 울타리 안에 함께 있었다. 이후 경서중학교는 1968년 마포구 공덕동 마포형무소자리로 이전했다가 1993년 현재 위치인 강서구 가양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타깝게도 1970년 10월 14일에 경서중학교 학생들이 충남 아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큰 사고를 당했다. 장항선 모산역 근처에 있는 건널목에서 경서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태운 수학여행 버스가 특급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버스가 전소하고 46명이 사망하는 큰 아픔을 겪었다.
아현국민학교 5학년이었던 필자는 사고 날 저녁부터 밤새 중학교 대문 앞에서 버스가 한 대씩 돌아올 때마다 울부짖던 유족의 울음소리와 인근주민의 탄식을 들으며 그 아픔을 함께한 기억이 생생하다.
마포형무소는 당초 일제가 마포구 공덕동에 경성감옥으로 신설했던 것이라 한다. 8.15 광복 이후 1946년에 마포형무소로, 1961년에는 마포교도소로 각각 개칭했다. 1963년 경기도 안양시에 신설된 안양교도소로 이전하면서 마포형무소는 폐지되었다.
마포형무소 이전 후 그 건물은 사라졌고, 그 터에 경기공고에
있던 경서중학교가 들어섰다. 경서중학교가 다시 강서구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 현재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들어서 있다.
아현국민학교 인근에 살았던 필자는 친구들과 동네를 다녔는데, 한강까지 가보기도 했다. 그 길에 마포경찰서가 있었고 좀 더 내려가면 길건너에 마포형무소도 보였고, 서울시에서 최초로 건설한 (후에 붕괴사고를 겪은) 와우아파트도 있었다. 이렇다 할 건물이 없던 시절이라 이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약간은 무서워 발길을 재촉하였고 이쪽으로는 자주 가지는 않았다.
지금은 직장이 여의도에 있다. 2년 전부터 다니는 여의도는 생소한 곳이라 정이 가지 않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마포, 아현동은 그 건물들과 도로, 지형들이 아직 익숙하다. 자주 아현동을 지나다니면서 5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그 자리에 있는 아현 국민학교, 경서중학교 자리, 마포경찰서 등을 볼 때마다 여러 기억이 떠오른다.
이 동네에서 함께 새벽 과외를 하던 친구들, 잔 심부름시키던 동네 형들, 집 앞에 있던 연탄공장에서 일하던 시커먼 인부들, 그리고 가끔 백바지 백구두 신고 집에 오셔서 삼국지 읽어주시던 외할아버지 등 많은 기억이 산발적으로 떠오른다.
아현동이 무슨 인연으로 초등시절 시작과 어찌 보면 마지막 직장일 수 있는 끝이 연결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동네가 주는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경서중학교가 사라진다니 몇 안 남은 잎이 하나 더 떨어지는 듯한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