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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Aug 29. 2024

북유럽 바다 사우나

스웨덴 말뫼에 있는 바다사우나에 다녀왔다. 말뫼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보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더 가깝다. 코펜하겐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도착할 수 있다. 말뫼는 스웨덴 제3의 도시로 세계해사대학(WMU)이 있어 자주 갈 기회가 있었다.


일정 때문에 가보지 못한 바다 사우나를 이번에는 가보기로 맘먹었다. Ribersborgs Kallbadhus라는 이름대로 바다 위 노천 사우나다. 사우나가 바다 위에 있고 냉탕은 바다가 대신한다. 오래된 민트색 목조 건물에 샤워실과 사우나가 있고 바다가 바라보이는 작은방이 50-60여 개 마련되어 있어 이곳에서 옷을 벗고 수건을 깔고 일광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물론 이곳에 옷만 두고 넓은 바다가 보이는 나무데크 위에 타월만 깔고 누우면 어디든 상관없다.


심지어 바다로 직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아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약 20여 미터 수영해서 바다에 띄어 놓은 평평한 작은 배로 가서 일광욕을  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체로 걸어 다니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한다. 심지어 팔자로 누워 잠든 사람들도 보인다. 벤치마다 5-6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커피숍인양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왼쪽은 남자들의 일광욕 공간이고 오른쪽은 여자들의 일광욕 공간이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은 바다 수영을 해서 바다 위 배까지 와서 남자들과 함께 누워 있기도 한다. 바다수영하러 내려가는 계단 램프가 남자 쪽과 여자 쪽이 20여 미터 떨어져 있는데 남자들은 여자들 쪽을, 그리고 여자들도 남자 쪽을 서로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다. 서로가 다른 모습들이 궁금하긴 한 모양이다.

사우나는 한방 당 10여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5개 정도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데 앉아서 큰 창문으로 덴마크 쪽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있다. 주의사항이 붙어 있는데 조용히 말하고 다른 이를 방해하지 않는 매너를 지키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우나 화덕에 장작을 더 넣는 일을 가볍게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하고 있다. 사우나에 들어온 여성을 보고 놀라는 쪽은 오히려 홀라당 벗고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던 남자들이다.

더 특이한 것은 중간에 있는 사우나는 여자 쪽에서도 남자 쪽에서도 들어갈 수가 있게 되어있다. 어떤 젊은 남자는 들어가려다 모두 벗고 앉아 있는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 되돌아 나오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경험자들은 그곳에 잘도 들어간다. 나도 들어가 볼까 생각했지만 결국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열린 문으로 호기심 많은 청년들이 들여다보는 통에 사우나 직원 인듯한 젊은 여자가 연신 문을 닫는다.


이곳에서 땀을 빼고 나가면 데크에 앉아 있기만 해도 시원한 바닷바람에 이내 땀이 마른다. 보통 8월 말이 되면 말뫼는 비가 자주 오고 이미 추워져 두꺼운 옷을 입기도 했다는데 올해는 낮기온이 24-26도까지 오르고 맑은 날씨가 이어져 마치 청명한 우리 초가을 날씨 같았다.


사우나 후 바닷물에 풍덩 들어가 땀을 닦기도 했다. 바닷물에 들어간 후에 나와서는 머리 위에 걸려있는 바케츠를 당겨 머리부터 간이 샤워를 할수도 있다. 한 동안 엎드려 있었더니 등이 햇볕에 탔는지 따끈해짐을 느껴 그늘에 가서 타월을 펴고 앉아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었다. 누워있거나 앉아 있거나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약 50명 이상이 되었는데 그중에 그늘에 앉아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이곳 스웨덴 사람들은 일광욕을 너무도 하고 싶은지 마냥 해를 마주보고 있다.


우리도 대중목욕탕이나 골프클럽 사우나에 들어갈 때 스스럼없이 옷을 모두 벗는다. 대개 샤워실과 탕에 들어가기 위함이고 움직임의 동선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이곳 사우나는 탕이 없는 대신 사우나 후에 밖에 나와 어슬렁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나와서 나무바닥 바다 위 마름모꼴 데크 구조물을 전부 걷는 다면 족히 100미터는 더 될 것이다.  이곳에서 어느덧 나도 나체로 걷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바다에도 들어가기도 하면서 그들과 같이 두어 시간 보내는 경험을 했다. 우리가 대중목욕탕에 익숙하게 벗고 들어가 씻듯이 스웨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눕기도 걷기도 얘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마치 누디스트가 된 듯한 쑥스러움을 이겨내야 했다.


사우나에서 땀범벅이 된  채로 바다가 보이는 나무데크에 타월을 깔고 누워 있으니 가을 따뜻한 햇빛이 몸을 감싸면서 동시에 강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몸과 머리를 청량하기 만들어 준다. 어느덧 나도 바다의 반짝이는 윤슬과 바람과 햇빛, 그리고 나와 같이 생긴 이들과 함께 자연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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