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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근영 Jul 18. 2017

의사 얼굴을 파랗게 질리게 한, 토마토 물김치

집밥에 대한 딴생각

이탈리아와 한국은 공통점이 많다. 붉은색 음식이 많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우리나라 음식은 고춧가루 빨강인 반면 이탈리아 음식은 토마토 빨강이다. 스파게티를 처음 먹어본 건 외국생활을 할 때였다.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보며 고추장 소스에 버무린 비빔국수가 떠올랐다. 매콤한 맛을 예상했던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게다가 빨간 색을 내는 재료가 토마토라는 사실은 더 놀라웠다. 설탕을 뿌려먹는 토마토와 토마토 케첩 밖에 모르고 자란 내게 이탈리아에서 만난 토마토의 세계는 탐험욕구를 끊임없이 불러 일으켰다. 이탈리아는 일조량이 많아 토마토의 풍미가 진하다. 종류도 다양할 뿐더러 토마토 소스가 내는 감칠맛은 황홀할 지경이다.



요즘 토마토가 제철이다. 탐스럽게 붉은 빛을 띠는 토마토를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밀라노에 살 때, 주말이면 가끔 친구네 집에 놀러가 밥을 얻어먹곤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개 주말에 식구들이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전통이 있다. 식탁에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으면 나도 식구가 된 것 같았다. 친구 엄마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가 제일 좋았다. 엄마표 토마토 소스로 버무린 스파게티를 내가 맛나게 먹자 친구 엄마 다리아가 물었다. 한국에서는 토마토를 어떻게 요리해 먹냐고. “얇게 썰어서 설탕을 뿌렸다가 디저트로 먹어요.” 순간, 식탁에 모여있던 모든 식구들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다리아는 터져 나오는 비명을 막으려는 듯 두 손으로 입을 꾹 누르고 있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흰 밥에 딸기잼을 넣어 비벼먹는다고 말했을 때 우리가 보일 반응이 이렇지 않을까. 


지금은 먹을 것이 흔해져서 설탕 국물이 줄줄 흐르는 토마토를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색깔의 방울토마토까지 재배되어 접시위에 놓이면 눈부터 즐겁다. 아쉬운 것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토마토를 한식에 응용해서 먹는 경우는 여전히 많지 않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 얼굴은 파랗게 질린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토마토는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켜 건강과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 그 덕에 병원 갈 일이 적어진다는 뜻이리라. 토마토는 대개 갈아 주스로 마시거나 수프로 만들어 먹는다. 샐러드에 넣어도 맛나고 심심할 때마다 간식으로 먹어도 좋다.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방법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물김치를 담가서 먹으면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토마토는 천연 MSG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특유의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토마토 외에 별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된다. 


남편이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의 문화 교류를 위한 정기모임에 참여했었다. 낯선 외국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은 자리였다. 어느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차례가 왔다. 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를 소개하고 싶어 외국인도 부담없이 먹을 만한 김치로는 뭐가 있을까  궁리했다. 고춧가루 대신 파프리카를 갈아서 넣고 마늘은 과감히 뺐다. 샐러드처럼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외국인도 반한 토마토 물김치. 한국에 돌아와서 주변에 선보였더니 다들 깜짝 놀라며 좋아했다. 토마토로 물김치 담글 생각은 못해 봤다며 신기해했다. 김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 김치의 세계는 넓어진다. ]

[<집밥에 대한 딴생각> 22-23 페이지 발췌]



재료 :

-오이 500g, 무 500g, 콜라비 500g, 야콘 500g, (총중량 2kg. 돼지감자, 초석잠 등 다른 재료와 섞을 경우에는 종류와 상관없이 총중량을 맞춘다.)

-토마토 1kg (대저 토마토, 방울 토마토 모두 가능. 너무 푸르거나 너무 빨갛게 익은 것 말고 약간 푸른 것으로 준비), 겨자잎 조금. 어슷썰기한 대파 5쪽 정도.

-찹쌀풀물 (물 4컵, 찹쌀가루 2큰술로 말갛게 쑨다. 풀을 먼저 쑤어 물을 섞어 쓰면 김치를 만든 후에 국물이 분리되어 좋지않다.) 

-국물 (무 350g, 배 350g, 양파 2개, 붉은 파프리카 200g 1개를 휴롬에 내리거나 믹서에 간다. 마늘은 넣지 않아도 되나 넣고 싶으면 5톨 정도 즙으로만 사용)

-오이 절임물 (물 1L, 소금 100g)

-새우젓 또는 멸치액젓 2큰술 (외국인을 위해 만들거나 젓갈을 싫어하는 사람은 소금 1큰술과 국간장 1/2큰술로 대체한다)

-소금 2큰술 (국물에 넣어 녹인다)


만들기

토마토 물김치는 붉은 파프리카를 갈아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무, 야콘, 콜라비는 모양을 다르게 썰어준다. 오이는 반으로 잘라 씨를 살짝 긁어내고 약 4cm 길이로 자른다. 물에 소금을 넣어 끓인 후 오이에 부어 20-30분간 절인다. 야콘은 둥글게 썬다. 무나 콜라비는 나박김치보다 두껍게 썰어 소금을 훌훌 뿌려 절인다. 토마토는 웨지형으로 썬다. 풀의 양을 많이 사용하면 김치가 빨리 시어지므로 찹쌀풀은 말갛게 쑨다. 찹쌀풀 물이 뽀글뽀글 올라오면 불을 줄여서 5분 정도 뜸을 들인다. 국물과 찹쌀풀물을 섞어 재료에 붓는다. 여름에는 반나절 정도 익혀서 냉장고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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