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집을 구하는 건 처음에는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그 당시 내 나이는 28살. 사실 모아 놓은 돈도 없었고, 집을 보는 눈도 없었다.
그냥 홧김에 다음 날 집을 알아보고,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부동산에 둘러 두세 군데 보고 계약, 그날 밤 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부모님께 집 나왔다고 통보를 했다. 이사하기 참 쉽죠?
전역하고 나서 집은 좀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나야 뭐, 언젠간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의 다툼이 도화선이 되어 그냥 바로 집을 나왔지만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님은 꽤 기가 찼을 듯하다. 고양이 때문에 싸웠다고 바로 집을 나간다고???
여차저차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부모님과의 관계는 적당히 좋아졌다. 멀리 있어야, 사랑스럽다. 가족 또한 그러하다. 뭐 그런 건가???
아무래도 출퇴근하기엔 회사 근처가 편할 것 같아서 정말 회사 근처 아무 데나 골랐다. 여기저기 막 그냥 고른 첫 집은 오래된 고시원이었다. 다행히 방 안에 싱크대와 욕실, 세탁기는 있었다. 하지만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엔 엄청난 더위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계약을 해 버렸다.
어찌 됐건 집은 나왔고 필요한 건 사야 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 끼니를 라면으로 때웠던 날도 많았다. 무슨 부귀영화를 얻겠다고 호기롭게 나온 건지. 과거의 나의 뒷목을 내려치는 게 시급한 순간이었다. 한 동안은 혼자 사는데 필요한 것을 사느라 월급을 허공으로 날렸다.
혼자 산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사실, 내가 혼자 산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침대와 책상만 두면 꽉 차는 방이었다. 거기에 고양이 두 마리까지 사는 작은 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와서 자고 가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술 취한 놈들은 말을 들어 먹질 않는 것 같다. 한날엔 그 좁은 방에 무려 6명이 자는데, 미르가 빡이 쳤나 보다. 어지간히 인간들을 데리고 왔어야 했었나?
그날은 갑자기, 미르가 술 마신 친구의 배에 오줌을 싸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그 친구는 해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술이 깨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자숙하며 살던 어느 날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주물주인 위의 건물주였다. 어? 월세 냈는데... 뭐지? 하고 보니까 '혹시, 고양이 기르세요?' 라는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집주인이 무심코 창 밖에 있는 바람이를 보고 알았던 것이다. 사실, 그냥 처음 혼자서 집을 구한 거라서 고양이 기른다고 말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저 문자를 보고서야 반려동물이 있을 때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는 걸 알았다. 다행히도 바로 나가라고는 안 했다. 고양이를 보내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했다. 다행인지 아닌지, 더위가 나를 잡아먹기 직전, 그 집을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