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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다란고양이 Aug 08. 2023

고객센터의 쳇바퀴 같은 하루 1편

점심시간은 저 멀리에

고객센터의 업무시간은 출근 시간 15분에서 20분 전에 시작한다.

보통 20분 전이나 10분 전에 조회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컴퓨터를 켜 놓고 그날의 이슈에 대해 전달하고 

공지사항을 공유하거나 생일자 축하를 하면서 조회를 하곤 했다.


조회가 끝나고 나면 자리에 앉기 전,

마실 물을 떠 온다거나, 진한 커피를 타 놓거나,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고 자리에 착석하게 되는데 

보통 착석 시간은 9시 2~3분 전이다.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9시가 딱 되면 밀려드는 고객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전화기 상태는 괜찮은지,

전산과 메신저는 켜 놓았는지,

전 날의 미처리건은 어떻게 되는지,

모두 체크를 하고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콜 대기를 누름과 동시에 고객들을 맞이하게 되는데

특히 월요일은 문의량이 많아 화장실 가기도,

물 마실 시간도 없는 경우가 많다.


보통 착석 한 시간 전, 퇴근 한 시간 전은

최대한 생리현상을 제외한 이석시간을 허용하진 않는다.

간혹 가다가 눈치 보여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경우가 많아

변비에 걸리거나 요도염에 걸리는 분들도 꽤 있었다.

나도 요도염이나 변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참을 참았던 적이 꽤 있었다.


한 콜 한 콜이 끝나고 나면 이력작성을 한 뒤, 

이관하거나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작업이나 문서 상태로 변환을 한다.

그럴 때마다 관리자의 메신저가 그리도 깜빡거린다.

말하지 않아도, 메신저 내용을 읽지 않아도

빨리 콜 대기를 하라는 내용이겠지.


관리자에게는 내 상태가 모두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콜을 받는지, 오랜 기간 통화를 하고 있는지,

콜 안 받고 작업상태로 오래 있는지 전산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마치 판옵티콘처럼 말이다.

감시를 받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기 때문에 콜을 하면서 이력작성을 하고

이관을 하고 쉴 시간도 없이 바로 콜대기를 누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가 휴식시간이 필요하거나

화장실, 흡연 등의 이유로 좌석을 떠나야 할 때

휴식이란 상태변경을 해야 하는데 길어야 10분이다.

보통 점심식사 전 한번 점심 식사 후 한번 휴식을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시이석은 최대 2~3명이다.


업무가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먼저 

휴식을 가게 되면 그때부터 눈치게임을 시작한다.

누군가가 휴식상태를 변경하면 재빠르게 

순서를 정해 10분씩 릴레이로 휴식을 해야 한다.


드라마에 나오는 탕비실에서 다 같이 

티타임을 즐긴다는 건 현실에는 없는 그저 환상 속 이야기 같다.

잠시 스타벅스 가서 커피를 사 온다는 상상?

그건 내게는 없던 일이었다.


9 to 6로 운영하는 고객센터는 별도의 점심시간을 갖고 운영하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신저를 통해

11시부터 15시까지 로테이션으로 점심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정말 11시 점심이 싫었다.

그 시간에 점심식사를 하게 되면 

퇴근시간이 저 멀리에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다시 이등병이 된 느낌이랄까.


점심식사가 두 시부터일 경우는 점심이 끝나면,

퇴근이 얼마 남지 않아 그나마 버틸만해서 

나름 선호하는 시간대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출근시간부터 점심시간이 

너무나도 멀리에 있어 곤욕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적의 시간은 1시부터 점심식사를 갖는 것이다.

네 시간 근무 후 식사 그리고 네 시간 뒤 퇴근.

얼마나 균형 잡힌 시간인가.


출근 이후 고객에게 사방으로 탈탈 털리고 난 뒤였다.

화장실 거울 속에는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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