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에서 친절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
고객센터에서 근무를 하면서 친절함이란 건
무기이자 약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는 고객센터지만
그 친절을 받아들이는 고객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담사의 상냥한 말투와 친절한 멘트는
고객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본인의 불편함이 해결되지 않은 고객에게
호응과 양해 멘트는 가끔은
'그렇죠, 상담원이 잘못한 게 아닌데 괜히 내가 미안해요.'
상담사 덕분에 괜찮아졌다는
말을 듣게 되면 기분을 좋게 하는 것 같다.
또한 나중에 본인의 시간을 내면서까지
고객센터로 다시 연락해 어떤 상담사가
너무 친절했다는 말까지 남기는 분들을 보면
나도 감동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같다.
상냥한 말에도 제대로
침을 뱉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고객센터는 현재 지친 고객의 감정을
위로받기 위한 곳으로 사용될 때도 있는데
바로 감정의 해우소가 되는 것 같다.
상담사의 위치를 자신의 밑으로 둔 고객은
상담사의 친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해
심한 말을 퍼붓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상담사는 때로는
분노를 삭히고,
눈물을 삼키는
경우가 많다.
고객은 왕이다.
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고객다운 고객이 왕이다.
많은 사람들은 고객은 왕이라는 말에
이견을 달진 않지만
내가 고객다운 고객인가에 대해선
생각을 하진 않은 것 같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금액을 지불하고 그에 해당하는
서비스와 재화를 받지 못했을 때에는
당연히 그 권리를 주장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다 보면 상담사도 관리자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가끔 그럴 때 진상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소위 더러워서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라면 오히려 고객의 탈을 쓴 진상이 당연하다는 듯,
다음에도 또 요구하는 경우가 생기고.
자신이 한 행위를 주변에 영웅담처럼 퍼뜨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 중 일부는
아, 억지를 부리면 다 해주니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식의 고객이 왕이라는 분위기기 생긴 것 같다.
그렇게 진상을 키우고 교육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사람들이 고객센터에 전화하면서
누구는 이렇게 해서 해 주던데 난 왜 안 해줘요?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생긴다.
오랜 기간 여러 곳에서 근무하면서 그나마 10여 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 한 가지가 있다.
모든 고객센터 콜센터는 아니지만
일부 대형 업체의 고객센터에서는 대기멘트,
혹은 초입부에 지금 통화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아들일 수 있다는 멘트로 인해서
그나마 상담사의 마음의 상처가 줄게 된 것 같다.
한 곳에서 일하지 않은 상태로
수시로 다양한 고객센터를
전전한 게 자랑은 아니지만
몇 가지 확답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국내 메이저 통신사 고객센터 친절도 만큼은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만족지수에 제일 민감하고
스크립트와 콜품질에 사활을 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 친절함 뿐만 아니라 각종 양해멘트,
그리고 마침멘트까지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제일 기억에 남는, 제일 오글거리는
마침인사가 있는데 10년이
지나도 잊히지가 않는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고객님의 마음은 따뜻한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