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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술아저씨 Aug 19. 2020

태어나서 처음 읽었던 책

첫 번째 편지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이 나무를 찾아갔을 때 나무가 말했습니다.


"얘야, 내 줄기를 타고 올라와서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 먹고,


그늘에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자"


"난 이제 나무에 올라가 놀기에는 다 커버렸는 걸.


난 물건을 사고 싶고, 신나게 놀고 싶단 말이야.


그리고 돈이 필요하고, 내게 돈을 좀 줄 수 없겠어?" 하고 소년이 대꾸했습니다.


"내겐 나뭇잎과 사과밖에 없어. 얘야, 내 사과를 따다가 도회지에 팔 지그래.


그러면 돈이 생기겠고, 그리고 너는 행복해지겠고..."


 그리하여 소년은 나무 위로 올라가 사과를 따서는 가지고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스타인






태어나서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뭐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어떤 대답들을 할까 궁금합니다  나의 기억 속의 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입니다.

물론 그 보다 그림 동화책을, 1학년 국어책을 더 먼저 읽었겠지만   내 기억 속에서

‘내가 책을 읽었어…’라고 기억에 남는 건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습니다  

사실 그 책은 누나가 친구에게 선물 받은 책이었는데   누나가 없는 틈에 저는 그 책의 그림들에 색칠공부를 하면서 놀다가  누나에게 혼이 났었죠   그 이후 누나는 그 책을 싫어하게 되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계속 색칠공부를 하면서 그 책을 가지고 있었죠  어느 날 한글을 알게 되면서  내용을 알고 무척 감동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왜 나무는 계속 다 주고도 행복하다 했을까?  심지어 소년이 만족 못할 때는 나무도 충분히 행복하지 못하다는 게 불쌍하기도 하고 어린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동네에 어머니 친구분이 하시는 헌책방이 있었고  그곳은 나의 아지트였습니다  처음엔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그냥 책이 있는 그 공간이 좋았고  아르바이트 중인 어떤 삼촌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그러다  담배 필때마다 나에게 헌책방을 잠시 봐달라 하며 삼촌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늘었고  심심하던 나는 책을 몇 권 골라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게 내 인생에서도 본격적인  독서의 시작이었던 거 같습니다. 삼국지를 읽다가  더 크면 읽으라고 삼촌에게 뺏기 기도 했었고요  여러 가지 문고판 책들을 읽기 시작 했었죠


고등학교 1학년 때 짝꿍이 전학을 왔는데. 아버지가 일본대사관 직원이셔서 거의 일본에서만 살다온 친구였습니다  일본 에니메이션과  음악을 좋아하던 나는 그 친구와  금방 친해졌었죠


우리 고등학교는 100년이 넘은 학교라 교정이 매우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남고 남중이 같이 있는 학교였죠


내 짝꿍은  중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우리 동네에서 고등학생이 알바를 하는 건 좀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입시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아르바이트라니요?

하지만 외국생활을 했던 그 친구는  매주 2번 중학교 도서관 사서 알바를 했었습니다


나는 아르바이트비도 못 받으면서 덩달아 그 친구를 따라가   도서관에  같이 있는 있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오후 4시의 햇살,  오래된 도서관의 책 냄새,  도서대출카드의 디자인과 여러 사람들의 필기체들…    많은 장면들이 저의 마음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늘 저는 책이 많은 환경을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요즘도 저는 다독가라기 보다는 책 구매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왜 이리  일상이 늘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나의 독서법은 좀 특별합니다  어떻게 특별한지 말하자면 우선, 나의 독서 스타일은 책이 우선이 아니고 나의 기분이 우선입니다 마치 기분에 따라서 음악을 골라 듣는 것처럼요.  혹시 당신의 휴대폰엔 당신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있나요?

내 경우엔  플레이리스트 이름이 '무드'들로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중하고 싶을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 괜히 신경질 날 때, 비 오는 날등등   마찬가지로 저는 책들도 그렇습니다  기분에 따라 책을 읽다 보니 내 주변엔 책들이 늘 있습니다   침대, 화장실(최고의 독서 스팟이죠- 걸리버 여행기에도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 ) 주방, 그리고 당연히 차와 사무실에도요


가끔 독서를 좀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데 대부분  끝까지 책을 못읽기 때문에 라고 생각들 하는데  오히려 나는 '왜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하지?'  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지금 내 느낌이 아니면 다음 곡으로 넘기듯이 저는 책도 그렇게 읽는 편입니다

독서에 굳이 죄책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즐겁기 위한 음악을 듣다 멈췄다고 죄책감 느끼지 않듯이 말이죠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삶이라면서  독서를 신성시하고 종교 의식처럼 만드는 게 사실은 독서를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도 집 밖에서 책을 읽을 땐  책 제목이나 책의 종류에 신경이 쓰이긴 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책을 읽는다면  만화책보다는  인문학 책을  읽고 싶어 지겠죠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니까요 ㅎ


이번 주도  바쁘기만 했고 저는  또 다 해내지 못할 to do list를 새로 만들면서

한 주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소년처럼 늘 만족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얻어가기만 하면서도  행복하지 않은  하루하루가 또 쌓였습니다


오늘만 이라도 다 주고도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럼 다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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