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부터 사회, 이웃, 친구들에게 고합니다
1) 회사
① B아빠 : 출퇴근 시간 30분 유연 근무제
아이의 어린이집 등하교를 보지 못하고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이, 아이와 그 시기에 쌓을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추억인데, 아빠들의 경우 더더욱 그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매일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의 등하교를 맡기다가, 어느 날 짬을 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아빠와 어린이집에 가는 걸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에, 그리고 생각보다 더욱더 아빠와 떨어지는 것을 어려워하던 모습에, 아이와 엄마가 아침마다 얼마나 힘든 이별을 해왔는지 그제야 알게 되더라고요.
쉽게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아이를 겨우 진정시키고 허겁지겁 출근하다 보면 때론 5분, 10분 늦을 경우들이 생기더라고요. 평소에 정말 지각을 안 하는데 힘겹게 아이와 이별을 하고 원치 않게 지각을 하게 되면 쏟아지는 싸늘한 눈초리와 꾸지람. 네 맞습니다. 당연히 지각을 하면 안 되지요. 그렇다면 출퇴근 시간 30분 유연 출퇴근제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9 to 6면, 9시에서 9시 반까지는 자유롭게 출근, 대신 출근시간이 30분 늦으면 퇴근시간 30분 늦어지는 거예요.
물론 회사에서는 이러한 자율시간이 생산성을 까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아빠들, 엄마들이 이러한 사연으로 아침을 힘겹게 시작한답니다. 아침을 즐겁게 시작할 수 있게 조금이 여유를 만들어 주세요. 하루의 생산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② B아빠 : 아빠 육아휴직
이제는 많은 회사에서 엄마들의 육아휴직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고, 당연히 육아휴직을 갈 것으로 생각하지요. 근데 아직까지 아빠들에게는 호의적이지 않아요. 저만 해도 제가 속한 조직에서 거의 첫 번째 아빠 육아휴직자였고, 싸늘한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사실 육아휴직을 쓴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용기입니다. 10년을 몸담은 조직에서 1년간 떠나 있는다는 것은 엄청난 두려움이에요. 그 두려움을 갖고도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 ‘복직할 거야? 다른 계획 있는 거 아니야? 돈 많아? ‘ 등등의 질문보다는, 훌륭한 결정이야. 좋은 경험 추억 만들고 오길 바라와 같은 응원을 해 주세요. 어차피 육아휴직을 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질문보다는 그 사람을 위한 응원이 필요합니다. 부담을 주는 질문보다는 응원을 해준 이들과 계속 가깝게 지내고 싶겠지요. 응원을 해 준 조직으로 더 많은 추억과 용기를 안고 돌아가는 아빠 육아휴직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니 육아휴직을 가는 아빠들을 자연스럽게 대해 주시고, 꼭 응원을 해 주세요.
2) 사회
① B 아빠 : 캠페인 추천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배려와 존중으로 성장합니다.'
맞아요. 아이는 부모가 키우는 것이지요. 하지만 주변의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부모보다도 집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지요. 최근의 영화 ‘조커’가 개봉하면서 어떻게 사회적 약자가 희대의 악인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었지요. 어린아이의 환경이 비록 불우하거나 풍족하지 못하더라도, 아이의 마음속에는 항상 보호받고 있고,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희망을 가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으니까요. 저 역시도 아이를 낳고 나서는 주변의 아이들을 조금 더 배려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합니다. 하나의 인격체로 말이죠.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좀 더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청소년들까지는 어렵더라도,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정도라도 사회가 함께 키워내야 한다는 인식들이나 캠페인이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② J 아빠 : 일반인(회사원)도 사회 제도 및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효과적인 제도 정착 필요
저는 사실 회사는 이익집단이지 봉사 집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회사에 바라는 점은 실질적으로 많지 않아요. 복지가 좋은 회사도 망해버리면 이미 거기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사실 회사에서 손실이 발생되는 부분을 나라에서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출산에 관한 많은 국가의 예산이 소모되고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크게 와 닿는 혜택은 없어요. 지역마다 다른 출산 장려금, 예비맘 지원비 등등 누가 생각해도 아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법이죠. 사실 회사에서는 구성원이 한 명 빠져버리는 것이 타격이 엄청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직간접적으로 임원뿐만 아니라 동료직원들까지 본인들이 피해를 받을까 염려하여, 퇴사를 종용하거나 육아를 하는 부모들에게 압박을 가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는 맞벌이가 꼭 필요하지만 맞벌이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죠. 이를 해결할 방안은 쉽지 않습니다. 회사에 또는 회사 구성원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거든요. 이것을 금전적으로 할지,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지를 심도 있게 연구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정책과 제도를 연구할 때 공무원들만의 회의가 아닌 이 시대의 평범한 회사원들도 함께 모여 심도 있게 토의를 하였으면 좋겠어요.
③ J 아빠 : 아빠 육아를 위한 커뮤니티 형성
제 아이는 3살 때부터 엄마보다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엄마가 야근도 많이 하고, 주말 중 하루를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빠랑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죠. 그래서 항상 주말이 되면 쉰다는 느낌보다는 뭘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이 더 강했어요. 어디를 안 나가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데, 딱히 놀아줄 것도 많이 없고 결국 TV를 보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키즈카페를 자주 가게 되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어요. 단체 손님들의 특징은 거의가 엄마들 모임이 많았는데 아이들끼리 무리 지어 많이 놀더라고요. 저희 아이도 무리 지어 놀았으면 더 재미있었을 건데 그런 부분들이 아쉽더라고요.
친구들에게 말해보아도, 지역 커뮤니티에 아빠 모임을 만들자고 해도 쉽지 않았어요. 아빠들이 전담하는 육아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들과는 다르게 아빠들이 하는 육아는 좀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아빠 혼자서 또 같이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많이 생겼으면 해요.
3) 이웃
① B 아빠 : 밤마다 우는 우리 아이. 아빠 엄마가 최선을 다해 달래고 있어요.
밤마다 아이가 자다가 깨서 심하게 울 때마다 정말 큰 죄를 지은 사람인 마냥 어쩔 줄 모르고 말도 안 통하는 아이에게 울지 마라고, 윗집 아랫집 사람들 깬다고 화를 낼 때마다 자괴감이 든답니다. 부모도 아이를 키우면서 최대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너무너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러니 간혹 아이의 울음소리에 화가 나시더라도 몇 번만 꼭 참아 주세요. 아이의 울음소리가 날 때마다 쿵쿵 바닥을 치시거나 소리를 지르시면, 정말 부모의 가슴은 잠을 못 자는 아이 때문에도 힘들지만, 이웃의 그 소리에 정말 숨통이 막힐 지경이랍니다. 저희도 이웃 분들을 뵐 때마다 열심히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고, 이해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테니, 조금만 더 이해를 부탁드려요.
② B 아빠 : 어린아이를 보면 양보는 아니더라도 조금만 더 배려를 부탁드려요.
처가인 제주도에 갈 때마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갓난아기가 울 때마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승객분들을 가끔 봅니다. 다행히도 B가 비행기를 잘 타는 편이라 비행기에서 크게 운 적이 거의 없었지만, 다른 집 아기가 비행기에서 크게 울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저희가 어린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울 때마다 쩔쩔매는 아이 엄마나 아빠를 볼 때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프곤 하답니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 조금 시끄럽고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이해를 해 주세요. 부모들도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달래고 있고, 아이 역시 그렇게 울고 싶지 않을 거예요.
③ J 아빠 : 불쌍하게 보지 말아 주세요.
아들과 둘이서 외출한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과 비교하면 그래도 아빠들이랑 외출하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처음에 지하철을 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꼭 엄마는 어디 갔냐고 물어보셨어요. 저희 아이가 대답하는 말은 주로 ‘위에 있어요’ 였는데, 그 뒤로 아무도 말을 걸지 않으셨어요. 사실 이건 어린이집이 회사 건물에 있기 때문인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아빠, 엄마를 찾으면 위에 있다고 하셨대요..
뭐 이런 에피소드 들로 인해서 아이랑 둘이서 지하철 타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어요. 희한하게 아내랑 아이 둘이서 탈 때는 묻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관심 가져주시고, 아이랑 대화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불쌍하게는 보지 말아 주세요!
4) 친구
① B 아빠 : 아이가 없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1.
아이가 있는 집과 없는 집에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단다. 우리가 나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와 아내만 두고 나갔다가 벌어질 후폭풍이 더 무섭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는 것이란다. 우리가 간혹 당장 나갈 수가 없다거나, 우리 집 근처로 와달라고 하면 우리가 사실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너희들을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 우리 동네로 좀 와 다오. 우리 동네 온다고 내가 술은 못 사주어도, 택시비라도 꼭 줄 테니ㅠ
② B 아빠 : 아이가 없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2.
너희도 알다시피 태생이 경상도야.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애처가, 공처가가 되기 힘들단다. 그래도 어쩌겠니. 아빠가 되었으니 최대한 노력이라도 해야지. 내가 한 번씩 너희에게 하는 말 있잖아. ‘포인트는 젊을 때부터 열심히 쌓아놔야 한다고’.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아내와 아이에게 포인트를 쌓고 있단다. 너희도 이 시기가 되면 열심히 포인트를 쌓아야 해. 내가 가족에게 한 만큼 나에게도 자유시간이 생기는 법이란다. 너네가 아무리 애처가니 공처가니 놀려도, 나는 집에 있어야 한다. 그러니 그런 놀림으로 나를 집 밖으로 불러내려 하면 나를 더더욱 못 볼 수 있으니, 성인답게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나의 이 시기를 기다려 다오. 너희들이 이 시기가 됐을 때에도 내가 꼭 기다려 줄게.
③ J 아빠 : 제발 아이와 같이 보자!
뭐하냐고 얼굴 보기 왜 이렇게 힘드냐고 뭐라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주말에 애랑 같이 보자 하면 안 된다, 니 애도 데리고 나와라 해도 안된다고 합니다. 이제 꼭 술을 마셔야 얘기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같이 이야기가 필요한 거라면 키즈카페에서 아이와 함께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 되는데..
아이를 혼자 보는 것에 대하여 너무 부담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실 별거 아닙니다. 같이 뛰어놀고, 저녁 되면 다시 쌩쌩해지지만 그때 아내한테 1~2시간 맡기고 정신 차리면 되잖아요. 우리 아이와 함께 같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