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빠는 내가 어릴 때부터 술을 너무 좋아하셨다.
잘 드시기도 하셨고, 많이 드시기도 하셨다.
아빠가 술을 많이 드시는 날이면 나와 동생은 이불 속에 숨는 날이 많아졌다.
어린 나는 그때부터 '술은 절대 기분 좋으려고 먹는 것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성장을 하면서도 술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친구들을 만나는 술자리를 좋아하지만 술 자체는 좋아하지 않았다.
술은 나에게 기분 좋으려고 먹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기러기 아빠 생활 중이다.
그래서인가, 안 먹던 맥주가 땡긴다.
맥주를 한 잔 두 잔 마시니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하고 싶어진다.
아빠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으로 억누르고,
기분 좋게(?) 술 한 잔 하고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애정표현을 하고 싶어서 집에 들어왔건만,
술냄새나는 아빠를 그 누구도 반기지 않으니, 어느순간 우리가 이불 속에 숨게끔 되버린게 아닐까.
그런 아빠를 지금도 100% 절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주 조금은 맥주를 마실 때마다 아빠의 순수했었을 그 마음을 헤아려본다.
아빠. 술 끊어요. 술은 취하게 먹는거 아니에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