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가난

가난에는 적당함이 없다.

by WineofMuse

세상은 아직도 모를 일 투성이다.

누구보다 가난한 밑바닥에서 살았고 누구보다 배고픔이 뭔지, 처절함이 뭔지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가난은 단지 적당히 가난한 것을 가난하다고 하는 것이다.

너무 아픈 사랑이 사랑이 아니듯

너무 지나친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아주 치밀하게 가난한 그 가난은

적당히 먹고 적당히 생활해 나아갈 수 있는 적절한 불행이다.

그렇게 자란 사람들은 그 가난에 중독되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저주에 걸리고 만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난이다.


나는 가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는 가난 저 너머의 궁핍, 생과사의 기로에 매달려 있던거였다.

가난한 삶을 산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난은 치밀하고 지속적이고 늘 본인을 불쌍히 여기게끔 하며 피해망상 그 자체이다.

가난은 부정적이다.

늘 안 되는 이유를 찾게끔 만든다.

그래야 나의 가난이 설명되기 때문이다.

벗어날 수 있는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가난한 자는 영원히 가난해야 하며 몸도 마음도 가난하게 하고 적당히 불행해야 한다.

그래야 가난은 완성된다.


가난은 치밀하다. 아주 치밀하게 인간의 생활을 가난하게 유지하게끔 유도한다.

가난은 피해망상이다.

가난은 남의 탓을 가장 좋아한다.

가난은 이유를 찾는다.

현상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다 이유가 있을 순 없다.

가난한 이는 끝까지 이유를 찾는다.

이유가 없다면 만들어낸다.

벗어날 수 있는 가난은 가난이 아니다.

가난은 멀리할 수 없다.

가난한 이를 멀리할 수밖에 없게끔 한다.

종국에 가난은 외로움으로 포장된다.

가난에는 적당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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