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을 뜨다.
하지만 타이밍이 좋지만은 않았다.
운영 중인 회사에 정리해야 할 현업들이 있었고
처형은 10월 말까지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인테리어를 구상하며 공기를 넉넉히 가져가도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빨리 해봐야 준비도 못할 거 꼼꼼하고 확실하게 공사를 해두자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총 공사일이 45일가량이 소요되었다.
누가 보면 건물을 올린 줄 알았을 것이다.
12평 매장 공사에 45일을 소요하며 월세를 감면받는 렌트 프리는 고작 1주일을 받았다.
첫 달의 월세는 그렇게 공사 중에 치르게 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좋은 이야기이다.
매장 내부를 90% 철거하고 전기부터 가스배관, 수도, 바닥 하수 공사까지 전부 다시 해야 했다.
이 또한 훗날 돌이켜보니 이해가 가는 맥락이 있다.
떡볶이집 망하고 떡볶이집 들어오고
치킨집 망하고 다른 치킨 브랜드 들어오는 경우를 심심찮게 봐왔을 터이다.
장사를 접해보지 못한 3자의 시각에선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공사를 하며 알게 된 건
식당 하던 곳에서 식당 해야 공사비용이 아주 크게 절감된다는 사실이었다.
동선에 맞춘 집기며 수도와 하수 등의 배치에 기존 업주의 업력에 따른 노하우가 고스란히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떠한 솔루션보다 가치 있는 것임은 훗날 영업을 멈추고
선반과 벽체 등의 추가 공사를 하며 깨닫게 되었다.
가령 시설이 전혀 없이 텅 빈 문구점 자리에 식당 인테리어를 하려면 크게 4가지 물리적인 문제가 걸린다.
수도, 하수, 전기, 가스이다.
수도는 어찌 되었든 벽을 파내고 배관을 배치하면 되지만 한번 공사를 진행한 수도는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주 힘들다. 처음부터 싱크대 위치를 아주 잘 잡아야 한다.
하수는 단순히 하수가 흘러가는 길이 아니었다.
물을 자주 사용하는 식당 주방은 홀보다 단이 높아야 하고 트렌치를 설치하여 배수가 원활히 되어야
청소와 마감도 쉽고 위생적이다.
하수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수 있으나 불법과 위법의 경계 어딘가를 오가는 문제들이 많을 듯하여 각설하기로 했다.
홀과 주방을 구분하는 단이 없으면 일반음식점 허가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각종 냉장고와 주방집기들은 전기를 상당히 많이 소모한다. 전기승압과 배전반을 교체 혹은 설치하여야 하며 이 또한 비용이 따른다.
그래서 상가 주인들도 기존에 식당이 아니었던 매장에 식당을 한다 그러면 조금은 꺼려하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다.
오랜 기간 오염에 노출되거나 원상복구에서 예기치 못한 분쟁의 소지도 있다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노후된 건물의 경우는 가끔 불법을 불사해야 한 만큼 공사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이 일련의 복잡한 공사가 계약 이후에 공사를 진행하며 알 수밖에 없다는 것에 있다.
초보 사장은 이러한 모든 잠재된 리스크를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도가 없다
기와이면 다홍치마렸다.
이뻐야 했다.
미래의 인스타 맛집 조건은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는 맛집이어야 했다.
조명과 음향에도 신경을 나름 썼다.
별과 달 모양의 금색 테두리가 멋진 조명도 구비했다.
불을 켜는 스위치도 모던하고 엔틱 한 모양이었다.
그릇도 주문 제작하여 별볶이라는 앙증맞은 로고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파스텔 톤의 커튼은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이 달랐다.
한쪽은 파스텔 핑크 한쪽은 고급스러운 우드 재질로 바깥 풍경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입석을 마련했다.
베트남 맥주사 음료 하나를 시켜도 로고가 인두로 지져 인쇄된 코스타가 함께 서브되었다.
간판도 원목으로 간접조명으로 밝혔다.
이렇게 예쁘게 꾸며진 우리 매장은 이제 장사가 잘되는 지역의 맛집으로 우뚝 솟아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우리 동네에는 저장 강박이 있는 할머니가 한분 계신다.
학부모 중에 지역 환경과에 근무하는 공무원분의 전언에 따르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분이셨다.
가끔 동네의 폐지 소유권을 두고 다른 동네 폐지 할머니와 몸싸움을 불사할 만큼 정정하시다.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매장 앞에 폐기물이 간혹 쌓이면서 할머니는 다른 생각을 하셨나 보다.
우리 매장 앞에 온 동네의 쓰레기와 가전제품과 폐품을 모으기 시작하셨다.
구청에 신고하면 3일 정도 분산해 두었다가 다시 모였다.
다시 어플을 이용해 줄기차게 신고했다.
다시 쓰레기산이 분산되었다가 어느 날이면 한순간에 다시 모였다.
그렇게 예쁜 우리 매장은 쓰레기 산을 마주 보며 식사하는 매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