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디데이를 잡았다.
이번만큼은 집안과 어른들의 반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생각에 평소라면 무시했던 점괘를 보러 갔다.
용하다는 점쟁이 아줌마는 예상했던 대로 비관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았고
이미 오픈하기로 작정한 우리는 그런 근거 없는 이야기 따위 들리지 않았다.
오픈 시기가 오면 합류하기로 한 처형이 한 달 더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한다.
11월 말일지 12월 말일지 기약이 없었다.
졸지에 오픈 멤버가 되었지만 아주 크게 나쁘진 않았다.
어차피 내 매장이었고 내가 개발한 나만의 레시피이다.
열정이 가득했기에 정신력과 노력으로 이겨내리라.
새벽에도 눈이 번쩍 떠졌다.
4시에 매장에 나가 달그락 거리며 매장을 반짝반짝 닦고 고기를 손질하고 육수를 내었다.
오픈일을 10월 5일로 잡았다 말씀드렸다.
장모님께서는 점쟁이 아줌마의 점괘로는 부족하셨는지 절에 다녀오셔서는 10월 13일에 오픈하라 명하셨다.
잡음이 싫었다.
괜히 나중에 거 보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10월 5일 가오픈을 하고 조금 더 기다려 정식으로 오픈했다.
오픈 초기 판매하던 소고기 쌀국수 9,000원
아롱사태와 양지, 우삼겹 3종의 고기를 고명으로 내는 소고기 쌀국수였다.
양지와 아롱사태로 육수를 내었다.
사태는 육절기로 조금 더 얇게 슬라이스 했어야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손으로 두껍게 썰어서 당장에는 질기다는 클레임이 들어왔다.
그릇 상단에 로고가 살짝 보인다.
10월 17일 그렇게 쌀 국숫집은 오픈을 하고야 말았다.
9월 2일 계약하였으니 계약한 지 정확히 45일 만에 겨우 오픈할 수 있었다.
17일이니 100그릇 한정 1,700원 이벤트를 했다.
아무도 모르게 오픈 당일에야 오신 분들께만 이벤트를 알렸다.
훗날 이 또한 얼마나 큰 패착이었음을 알게 된다.
대형 현수막을 통해 사전에 미리 알리고 만반의 준비가 된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벤트를 진행했어야 했다.
소문은 빨랐다.
순식간에 너무 많은 손님들이 몰아쳤고 하루 종일 쌀국수를 100그릇 만드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딴에는 어느 정도까지 쳐내는 것이 가능할까를 가늠해 보고자 그랬다.
하지만 객기이자 만용이었다.
범 무서운 줄 몰랐다.
여러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참 무모했다.
레시피가 완전 확립이 안 된 상황에서 고기가 당일 100인분이 될 수 있는지도 모르고 시작된 이벤트였다.
시간이 갈수록 집중력이 흐려지고 면을 반만 넣거나 해서 양이 적다 고기가 질기다 등의 클레임이 들어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몸이 안 좋았다.
다리가 후들거려 주저앉기도 했다.
마감을 두 시간에 걸쳐하고는 집에 오면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그렇게 2주를 새벽에 나가고 밤 12시에 들어왔다.
육수와 원육의 벨런스를 맞추고 하루 5시간씩 육수를 우렸다.
오픈 발 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하와 함께 방문해 주셨고
하루 매상을 보며 이러다 빠른 시일 안에 건물 올리는 거 아닌가 하는 행복한 상상에 빠지곤 했다.
그렇게 나는 3주 만에 콜라색 소변을 보고 병원에 입원했다.
신장에 이상이 생겼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