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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음날 Nov 08. 2024

이해의 간극

얼마 전 일이다.

채소이름을 가진 어플에서 이케아 어린이 장롱을 나눔 했다.

어림잡아 5년은 썼지만 내부의 상태는 깨끗했다.

경첩이나 하부의 철망 등은 거의 새것이니 나름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다.

신청자가 용달을 보내주기로 해서 지하 주차장에 물건을 내려두었다.

그러던 중 용달기사에게서 전화가 온다.

주차등록이 안되어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은 어플로 주차등록을 하다 보니 간혹 영업용 차량은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 후에 기사의 말이 가관이었다.


"사장님 그럼 이 아파트는 용달기사는 출입이 불가능하겠네요?"


그걸 나에게 따진 들 그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처지에 대입해서 엄한데 분풀이를 하려는 사람과는 이제 상대해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습관으로 굳어진 지 오래이다 보니 대충 마무리하고 차단을 눌렀다.


등록이 안된 건 어플의 결함일지 몰라도 입차가 지연되었다고 화가 나는 부분을 나에게 토로할 내용은 아니었다. 당신의 화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는 심정으로 그를 외면했다.

두어 마디 촌철살인의 어구로 그를 깨우치게 하거나 혼을 낸들 그에게 닿을 깨달음은 나와는 정녕 무관한 것이다.



친구네 집은 자녀가 셋이다.

이제 중, 고등학생에 들어서다 보니 식성이 장난이 아닌 모양새다.

어느 날은 지나가는 길에 들러 저녁을 함께 먹었던 때가 있었다.

코스트코에서 장을 봐오는 모양새였고 여러 가지 반찬과 밀키트 형태로 된 어묵탕 등이 깔렸다.

하지만 그릇이 전부 1회용 종이 접시인 것이다.

나름 타당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극한의 가성비 충이자 꼰대인 나는 두 가지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이 종이 그릇하나는 단가가 얼마일까?

설거지 안 하고 이렇게 종이접시만 쓰면 결론적으로 시간도 절약하고 몸도 덜 피곤하고 세제나 물 등도 아껴지니 그 값이 그 값일까? 하는 두 가지 의문이었다.

물론 이를 입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뭔가의 걸림돌로 내내 입안을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아직도 있다.

어제 코스트코에 가서 4인 그릇세트를 사 왔다.

그 집의 종이접시를 이해할 날이 나에게도 올까?

각자의 사정은 극명하게 다르고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그 타당함에 대해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이런 생각의 대상처로 쓰이고 있는 그 집상황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그릇을 구입함으로 인해 나의 생각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타인은 결국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는 결론이다.

이해할 필요도 없고 이해를 해봐야 나에게 득이 될만한 거라고는 입을 앙다무는 인내가 미량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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