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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3. 긍정 : 비용에 대한 부담 넘어서기

by 박종호

성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여 시작을 망설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업의 비용에 대한 부담은 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들 중 하나였다.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사무실, 직원을 포함하여 세금과 공과금 등 지출은 순식간에 늘어난다.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정해진 돈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출을 줄여 사업을 최소한의 규모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완벽한 기회가 포착되지 않는 사업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거는 것도 꺼려지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반대로 사업은 틀을 갖추기가 어렵고 누구에게나 그렇듯 나를 위해 준비된 완벽한 사업 기회라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차려진 밥상이란 없다.


지출을 줄이자고 하니 사업이 안되고 사업에 투자를 하자니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나를 꺼내어 준 것은 하브 에커(T. Harv Eker)의 책, <Secrets of the Millionaire Mind>이었다.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책은 아마도 내가 예전에 사서 읽었던 것처럼 낯이 익었다. 나는 혹시 후쿠오카 집 서재에 이 책이 꽂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참을 망설였지만 어차피 지금 읽지 않으면 앞으로도 못 읽을 것이란 생각에 페이퍼백을 사서 읽었다.


하브 에커는 부자들은 돈을 버는 것에 집중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비용이 나가는 것, 그리고 리스크가 두려워 하여 도전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어떤 사업이든 초기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사업이 잘 될 수록 비용이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비용이 늘어난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붕어를 잡는 낚시대로 어떻게 고래를 잡을 수 있겠는가? 나는 비용에 대한 나의 전반적인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초기 비용은 단순한 지출이 아닌 규모를 갖추는 투자이다. 그러니 비용이 클 수록 더 규모 있고 탄탄한 기초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


나의 첫번째 사무실은 긴 고민 끝에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가져다 준 결과이다. 나는 지난 8월 안국에 전망이 좋은 방을 얻었다. 매월 월세와 관리비가 나온다. 여기에 사무실을 얻어 집의 월세와 관리비에 사무실 비용을 합치면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적지 않은 돈이다. 게다가 직원을 뽑은 후에는 더욱 더 지출이 늘어나게 된다. 나는 이런 이유로 저렴한 사무실을 구해 고정비의 부담을 줄이려 동네의 오피스텔, 사무실 빌딩, 공유 오피스, 주택 건물 등등 여러 곳을 알아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을 포함하여 주변의 오피스텔들은 적정한 가격에 편했지만 사무실다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계동길의 물나무 사진관 맞은 편, 배렴가옥 앞의 작은 건물 2층은 직전까지 어떤 화가가 아뜰리에로 썼던 곳으로 내부를 겔러리처럼 꾸며 놓은 정말 예쁜 공간이었지만 역시 사업을 하기 보다는 작품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위치와 분위기였다.


오피스텔의 길 맞은 편 사무실 건물의 10층에 공실이 나왔다는 소식에 찾아간 것은 벌써 한 달도 지난 일이다. 이 건물은 지금 8층 전 층을 사용하고 있는 나의 멋진 벗이 6층에서 단 칸 오피스를 쓰던 시절부터 오갔으니 근 10년을 들락거렸던 셈인지라 아주 익숙한 건물이다. 꼭대기 층인 10층에 가운데 남향의 오피스를 보았을 때 나는 역시 좋은 볕이 잘 들고 기운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오피스텔과 계동 건물의 2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 진작에 선택지에서 제외시켜 놓고 있던 차였다.


그 날 아침은 하브 에커의 책을 읽고 ‘비용 보다는 버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으로 아침부터 오늘은 꼭 사무실을 계약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아침 루틴인 북악산 말바위까지 다녀와 차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데 문득 이런 생각이 떠 올랐다. ‘집과 차에는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집은 매일 들어가 사는 곳이고 차는 매일 타는 물건이다. 돈을 더 주더라도 조금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조금 더 좋은 차를 타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무실 또한 매일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나에게는 집이나 차만큼이나 돈을 지불하여서라도 더 좋은 사무실을 얻어야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나는 바로 해영회관을 찾아가 사무실을 계약하였다. 그리고 지금 좋은 집을 구해 놓은 것처럼 잘했다란 생각이 든다. 볕 좋은 사무실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랜다. 그리고 더 좋은 사무실이 더 좋은 기운을 주어 회사를 더 빠르게 성장시킬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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