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코의 시라나이 세카이
i.
일본 사람들은 ‘계속하는 것이 힘이 된다(持続は力なり)’는 말을 자주 쓴다. 무엇이든 꾸준히 계속하다 보면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혹시 이 말에도 출처가 있나 하여 찾아 보니 약 100년전 한 종교가가 자기의 책에서 한 말이란다.
念願は人格を決定す 継続は力なり
바램은 인격을 만들고 꾸준함은 힘이되리
- <讃嘆の詩(찬탄의 시)/상권>, 스미오카 오토우
‘올바른 바램을 가지고 꾸준하게 그 길을 가라’는 말이다. 인생에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것과 그 일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무엇을 할지 보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전문가도 오타쿠도 꾸준함에서 나온다.
ii.
TBS의 인기 프로그램 <마츠코가 모르는(몰랐던) 세계(マツコの知らない世界)>에는 매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자신의 분야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들의 ‘전문 분야’라는 것 하나 하나가 자기가 만들어낸 독창적인 것들이다. 이들은 오타쿠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방송에 나올 정도면 상(上)오타구, 혹은 그냥 전문가라 불리울 만하다.
스모 선수를 연상시키는 몸매를 지닌 마츠코가 2011년부터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의 금년 방영분의 제목의 몇 개만 꼽아보아도 이 프로그램의 독창적인 소재들을 엿볼 수 있다.
<체인점 감자 튀김의 세계>, <자동 조리 가전의 세계>, <최신 접착제의 세계>, <심해 어류의 세계>, <유목 인테리어의 세계>, <크레페의 세계>, <오래된 기모노의 세계>, <성인 코코아의 세계>, <축의금 봉투의 세계>, <사진 앱의 세계>, <샤바샤바 (스프) 카레의 세계>,
<몽블랑(케익)의 세계>,<애완 고슴도치의 세계>,<인스턴트 봉지 라면의 세계> 등등
이 프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전문 분야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 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혹은 물건에 매달려 그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전문성을 갖게된 일반인, 그리고 <분실물의 세계>편에서 거리에 떨어진 물건들의 사진을 모아 소개했던 전설의 가수 우타다 히카리와 같은 연애인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연한 계기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일 혹은 물건에 최소한 십 수년간 꾸준히 매진해 온 것이다.
<마츠코가 모르는 세계>에 나오는 사람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별 것’도 아닌 관심사에 집요하게 매달려 결국 그것을 ‘별 것’으로 만든 사람들이다. 그들 자체가 별나다. 사람들은 별난 사람들이 소개하는 ‘별 것’ 아닌 것들의 매력에 열광한다. 십 수년 간 전국 각지의 봉지 라면을 수집하고 하루에 적어도 한 끼는 봉지 라면으로 먹는 사는 사람이 추천하는 라면이라면 누구라도 당장 먹어보고 싶을 게다.
사람들은 이들의 지치지 않는 관심과 그 관심을 끌고 온 열정에 박수를 친다. 그들의 박수는 이들에 대한 응원이며 동시에 공감의 표시이다. 많은 일본인들이 <마츠코>에 나갈 정도는 아니어도 나름 하나씩 ‘인생 취미’라 할 수 있는 ‘무엇’을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