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래된 기업들

100년 이상 업력의 기업 3만3000개社

Jul 17. 2020

일본에는 노포(老鋪)라 불리우는 오래된 가게들이 많다. 아주 작은 식당이나 이자카야에서도 그 가게를 열어 수십년간 이끌어온 나이 많은 주인장을 만나거나 혹은 가게를 이어 받아 운영하고 있는 그들의 자식들을 쉬이 만날 수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고 하여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부모의 일 혹은 가게를 이어 받는다. 노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하여도 일본인들이 가진 일에 대한 책임감은 엄청나다. 자신이 하고있는 일, 맡겨진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어려서 그렇게 교육을 받은 이유도 있지만 자기가 맡은 일을 부실하게 처리하여 남에게 민폐를 끼칠까를 염려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일본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범죄와도 같이 받아들여진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열심히’ 한다는 느낌이 든다. ‘열심히‘에 해당하는 일본어 ‘잇쇼우켄메이니(一生懸命に)’의 한자를 뜯어보면 ‘목숨을 걸고’란 뜻이다. 설렁설렁해서는 싹뚝 모가지가 날라 갈 듯 살벌한 말이다.

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각 업종간의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식당을 여는 사람들은 평생 가게를 지킬 각오로 오랫동안 준비한 후 가게를 시작한다. 오래 벼르고 시작하여도 평균 이상의 맛과 자기 가게만의 특장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주변의 장장한 노포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노포들은 긴 시간 속에 검증 받은 백전노장들이다. 이 형님들한테 잘못 걸리면 뼈도 못추린다.

가게 뿐 아니라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상업과 제조업이 발달한 사회이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이른바 터줏대감들이 버티고 앉아있다. 이는 창업자의 자식들이 가업을 이어 받는 합리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문 밖에 나서면 추운 겨울이다.

일본에는 100년이 넘은 이른바 ‘노포기업(老舗企業)’이 3만 3000사(社)에 이른다. (등록된 전체 147만개 회사 중 2.27%, ’18.11월 기준) 상장기업 3600개사 중에도 560개나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닌텐도도 오래 전 화투(‘하나후다(花札)’)를 만들던 회사였다. 매년 천 개가 넘는 기업이 노포기업에 이름을 올린다.(1685개사, 2019년) 놀랍다 못해 황당하다.

이들 중 70% 이상을 제조업(8344사, 25%), 소매업(7782사, 23%), 도매업(7359사, 22%)이 차지하고 전체의 과반(54%)은 종업원 10인 미만인 3대 이상 지속된 가족 기업이다. 가게든 회사든 작은 규모로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더 놀랍다.

일본에서 창업100년이 넘은 기업의 숫자를 세는 것은 그다지 의미를 찾지 못하여 200년 이상 기업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전세계에 200년이 넘은 회사5600개사 중 3600개 사가 일본에 있다. 200살이란 회사 나이도 일본에 서는 그리 자랑할 바가 아닌 것이다. 시간을 쭈욱 늘여1000년으로 늘이니 이제야 좀 서열을 두손으로 꼽을 만한 숫자가 나왔다. 전 세계 12개사 중 9개사가 일본에서 1000년 넘게 운영 중이다. 조선 왕조가 두번 뜨고 졌을 시간이다. 이정도 되면 일본의 9개 기업보다 나머지 나라의 3개 기업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진다. 열심히도 정도가 있고 꾸준함도 적당히 하자. 일본이란 정말 잘 모르겠는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