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면의 시작, 니신 라면
i.
2018년 4월 시작하여 작년 봄까지 방영되었던 NHK 아침 드라마 <만푸쿠>(まんぷく,만복/배부름)는 인스턴트 라면의 창시자이며 니신식품(日清食品, Nissin)의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의 이야기이다. 1958년 처음 출시된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면’은 아직도 그 당시의 포장 디자인과 맛이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만 출신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 회장이 개발한 인스턴트 라면이 인류의 기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면 그가 연이어 개발한 컵라면은 지금도 한국의 직장인들과 PC방 죽돌이들의 야식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라면에 이어 컵라면이라는 위대한 발명을 남긴 안도 회장은 가히 식품 업계의 에디슨이라 할 수 있으니, 식품 업계에 종사하는 일인으로서 존경하지 아니할 수 없으며, 동시에 누구라도 라면과 같은 제품을 개발한다면 니신과 같은 재벌 회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ii.
직업의 특성 상 해외 출장이 많은 나는 출장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현지의 슈퍼 마켓에 들른다. 인스턴트 라면을 사기 위해서이다. 시차 탓에 낮과 밤이 뒤엉키는 때가 많은 데 한밤에 잠이 깨면 시장기를 채우기에 컵라면 만한 것이 없다.
인스턴트 라면은 주로 국물이 있는 면 제품이기 때문에 언뜻 생각하면 면요리가 보편적인 아시아권에서만 판매될 것 같이 생각되지만, 세계 어느 곳에서도 라면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냄비에 끓여 먹는 봉지 라면은 찾아보기 힘들고 제품의 대부분은 전자 렌지에 넣어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컵라면류이다.
니신의 라면은 ‘최초’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세계의 라면 시장을 발빠르게 선점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니신식품의 라면과 컵라면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중 많은 나라에서는 니신 브랜드 이외의 제품을 찾아 보기 힘들다.
니신 라면의 성공 전략은 현지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와 현지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제품의 개발이다. 80여개 국가에서 판매되는 니신의 라면은 대부분 현지 공장 혹은 인근 국가에서 생산된다.
판매 중인 제품들을 살펴보면 오리지날, 해물, 카레, 치킨 라면 등 대표적인 제품 뿐 아니라 국가 마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두세개의 독특한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아이템이 다양하니 그다지 넓지 않은 라면 매대를 니신의 제품들이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매대를 독점하면 타(他)브랜드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iii.
요즘은 여러 나라에서 K-라면이 뜨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 시리즈가 동남아 등지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농심의 신라면 블랙은 최근 뉴욕타임지가 뽑은 맛있는 라면 1위에 올랐다.(2020년 7월) 하지만 '한국 음식은 모두 맵다'라는 외국인들의 한국음식에 대한 지배적인 인식처럼 K-라면 또한 전반적으로 매운맛에 치우쳐 있다. K-라면이 잠시의 유행에서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매웃맛 일색의 제품군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 치킨라면으로 시작한 니신 라면이 각 국의 입맛에 맞춘 제품들을 꾸준히 개발하며 세계인의 밥상에 파고든 전략을 돌아보아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