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마음
입동이다. 추워지기 시작할 거다. 오랜만에 여름을 만나러 갔다. 여름은 동네 고양이 이름이다. 산책길에 가끔 얼굴을 보러 간다. 비가 퍼부을 때라던지 한동안 만나지 못한 날에는 일부러 확인하러 가기도 한다. 여름은 사람을 좋아한다. 길에 사는 친구치고 무릎에 올라오기를 좋아한다. 새침하긴 해서 많이 만져주면 팡 한 번 때리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간다. 동네고양이를 알게 되면 나 말고는 이 친구를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그들은 늘 숨어있다. 내가 사는 곳은 그들이 숨어있다기보다는 마주치지 못했을 확률이 더 크다. 오늘같이 나 말고 챙겨주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처럼.
검은 잠바를 입은 사람이 주섬 주섬한다. 여름이는 날 알아보고 달려온다. 그러고는 획 돌아선다.
“아 챙겨주시는 거예요?”
“네.“ 대답하고 웃는다.
“혹시 저기 집 만들어주신 분은 아니죠?”
“네. 저는 아니에요.“
백금발의 사람, 한국말을 잘한다. 이질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움. 더 있고 싶었으나 아주 짧게 머물렀다. 여름이 가 그 사람이 챙겨 온 밥과 간식을 못 먹으면 안 되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 고단함을 저 사람이 챙겨 온밥의 온기로 잊고, 고단함을 저 고양이가 내어주는 부드러운 온기로 잊을 테니. 길 위에 있는 존재들이 다 그렇게 하루의 고단함을 사람의 온기로 버텼으면 좋겠다. 저 두 존재 덕으로 내 맘도 조금 푸근해졌다. 은은한 동지애 같은 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