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자리
몇 달째 욕실 바닥에 물이 고인다. 매일 고여있으면 물밀대로 밀고 고여있으면 밀었다. 아침, 저녁, 보이는 대로 몇 개월을. 나는 집 안 청소 중에 화장실 청소를 제일 좋아한다. 집안에서 가장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소에 물이 고여있는 꼴이 영 못마땅했다. 구석구석을 잘 살펴봐야 모든 일이 순조로울 텐데 나는 늘 그 구석을 놓치고 만다.
이제는 며칠째 곰팡 냄새가 나는 거다. 곰팡이라니. 제일 열심히 청소하는 화장실에 곰팡이라니. 여기에 항상 물이 고여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냄새가 나는 채로 살 수 없으니 살펴봐야 했다. 가장 깊숙한 구석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마주할 때 기분이란. 가만히 보자. 뚝 뚝 뚝. 물이 한 방울씩 새고 있는 변기 뒤 밸브 꼭지. 아 세상에, 이걸 우리는 누수라고 부르지. 이것도 모른 채 몇 개월을 나는 바닥만 밀어댄 거다. 새는 곳을 찾아볼 생각도 안 한 스스로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누수는 업체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인생에서도 새는 물을 내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인생으로 치면 어떠한가. 새는 바가지가 어떤 바가지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예상할 수 없고 어떤 일은 뚝 뚝 새어 스며든다는 것이다. 곰팡이가 날 때까지. 놓치는 일이 어디 변기 뒤뿐일까. 아마 물이 터져야 알아차리는 일도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을 때 그 일을 외면한다면 내 자리에 스며든 곰팡이를 어떻게 해치울 수 있단 말이지.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가까운 사람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진다던지 해야 할 말을 아껴두고 마음에 묻어둔다던지 말이다. 또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바쁘다는 핑계로 엉망이 된 집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어질러진 집이 마치 내 머릿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정리해야 할 곳은 집안뿐만 아니라 내 정신머리인 것을. 가끔은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그 시간을 외로움이라고 부르겠다. 외로운 시간은 잠시 구석을 돌아보게 만든다. 가라앉은 마음속을 들여다보라. 고요한 적막 사이로 드러나는 것들이 바로 그 구석일 테니.
별들이 태어나고 질 때처럼 우리의 일련의 사건들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먼저 지기도 하며, 또다시 태어나고 진다. 그 우주에 사는 티끌 같은 우리가 새는 물을 막으려 아둥 바둥한다고 막을 수 없는 일을 예비할 수 있을까. 얼레벌레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일지라도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려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구석을 외면하지 말고, 가끔 들여다보면서. 그럼 더 이상 발바닥이 늘 물에 젖는 일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