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by 백혜영 : #외로움
아이들은 어떨 때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까요? 혹시 어린아이가 무슨 외로움이냐고 고개를 갸웃한다면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안의 작은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라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까요.
“시간은 빨리 흐르고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한숨 지며 이 말을 했던 건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어요. 10살의 나이에 벌써 삶의 녹록지 않음을 토로하는 아이에게 어떤 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물었지요. 당연히 공부라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운동, 특히 태권도할 때라는 거예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다리 찢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요. 순간 그 말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마주 보며 웃었는데, 이 책의 아이들을 보니 미소 속에 숨겨진 아이의 외로움을 지나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주인공 도운이는 외교관의 꿈을 지닌 공부 잘하는 언니와 축구 신동인 남동생 사이에서 자신만 미운오리새끼 같다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그로 인해 중간에 낀 것은 뭐든지 싫어하던 도운이는 샌드위치를 먹다가 빵 사이에 낀 햄을 보며 서럽게 울기도 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도운이에게도 가족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일이 생깁니다. 담임 선생님이 제안한 '외로움 반장' 선거에서 도운이가 SNS 스타인 빛나를 제치고 당선된 거예요. 영국에는 2018년부터 '외로움 장관'이 있어서 국가에서 외로운 사람들을 돌봐 준다고 하네요.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열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선생님의 말도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외로움 반장이 된 도운이는 적극적으로 친구들을 도우며 자신에게 고마워하는 친구들의 진심에 큰 힘을 얻어요. 그러다가 외로움의 고수를 만나게 되지요. 평소 책을 즐겨 보는 이영이는 단짝이 있거나 아이들과 크게 어울리지는 않지만 외로워 보이지 않는 아이였어요. 언제나 잘 웃고 표정도 밝았거든요. 도운이는 그런 이영이를 보면서 책 좋아하는 아이는 외로움도 잘 타지 않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알고 보니 이영이는 자신만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며 외로움 다스리는 방법을 깨닫게 된 아이였어요. 혼자면 외로울 거라는 건 고정관념이라며 혼자가 좋을 때도 있다고까지 하지요.
“외로움은 어쩌면 나를 알아가는 시간인지도 몰라.”
혼자여도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한 이영이가 알려준 외로움 다스리는 방법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혼자인 시간에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었어요.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 찾기. 그로 인해 결핍 속에서도 성장하는 법을 배우게 된 도운이는 친구들과의 갈등도 해결하게 되고 언니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평등을 위해 반장을 뽑지 않는 학교도 있어요. 그런데 외로움 반장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 제도를 악용하면 안 되겠지만요. 보통 아이들은 친구가 없을 때나 부모님이 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외롭다고 해요. 특히 학교에서 혼자 다니는 건 학생들에게 견디기 힘든 아픔을 줍니다. 그럴 때 외로움 반장이 있다면, 그것을 일주일씩 돌아가며 하게 된다면 서로를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키워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혼자되는 마음을 도닥여 줄 수 있는 외로움 반장을 만나고 싶네요.
외로움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복병처럼
우리 삶 곳곳에 포진해 있어서
결코 도려낼 수 없는 바이러스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외로움에 본래 취약하다.
하지만 외로움을 넘어서서
고독과 대면할 용기가 생길 때,
우리는 그 고독의 문턱을 넘어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정여울
✐ 우리 학교에서도 '외로움 반장' 제도가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