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꿈이 없어도.

_ <나는 꿈이 너무 많아> , 김리리 : #꿈

by 유재은


꿈에 관한 책으로 수업을 할 때면 조심스러워집니다. 물론 이 책의 슬비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꿈이 생기는 아이들은 눈이 반짝여요. 하지만 아직 꿈을 갖고 있지 않은 아이들은 곤란한 표정을 짓지요. 특히 고학년이 되면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져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성적 때문에 못한다며 포기하기도 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버킷리스트, 꿈명함, 미래 일기, 인생그래프 등 꿈에 대한 쓰기를 할 때 제출용으로 아무거나 써내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근사해 보이는 꿈을 지어내어 쓰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게 하고 있습니다. 게임하기, 그림 그리기, 여행, 친구 웃기기 등 일상 속에서 좋아하는 일들이 한두 가지씩은 있으니까요. 그 후 그것들을 곰곰이 바라보며 재미, 자유, 나눔과 같은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보게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종종 꿈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건네는 말일 때도 있지만, 질문과 함께 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은 당당히 꿈을 말하는 아이 곁에서 마치 자신이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할 거예요. 물론 자신만의 꿈이 있다면 살아감에 환한 등대가 되어 줍니다. 의미 없이 주어진 일상을 반복하는 것보다 삶에 힘을 줄 테니까요. 하지만 많은 학원을 다니며 숙제 때문에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아이들이 꿈까지 강요받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무엇이 되고 싶은지 보다는 어떤 것을 할 때 좋은지 물어보고, 함께 할 수 있는 거라면 아이와 같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버스 기사가 꿈인 1학년 친구가 있었어요. 버스를 무척 좋아해서 버스를 타면 신난다며 차의 종류도 척척 이야기하는 소년이었지요. 그런데 자신의 꿈을 글로 써 간 아이는 다음 수업 시간에 시무룩하게 말했어요. 엄마가 버스 기사는 너무 힘들다며 다른 좋은 걸 하라고 했다고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되면서도 자신의 꿈을 부정당한 아이의 마음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아마 그 아이는 그 후 자신의 꿈을 속으로만 생각하거나 아예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가 됐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우리도 하나 둘 꿈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말괄량이 이슬비는 꿈이 많은 소녀입니다. 미용실에 가면 근사해 보이는 미용사가 되고 싶고, 친구가 발레리나가 꿈이라고 하면 자신도 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코털 삐죽 나온 치과 의사 선생님을 보고 의사 선생님은 절대 하기 싫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엄마는 슬비에게 의사가 되라고 합니다. 문방구 주인, 빵 만드는 사람, 파티 플래너 같이 슬비가 되고 싶다는 꿈은 무시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돈도 잘 버는 의사가 슬비에게 적합하다고 하지요. 게다가 꿈을 주제로 한 글짓기에서 슬비가 상을 받게 하려고 왼손으로 대신 글까지 써줍니다. 하지만 슬비는 숙제를 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많은 꿈들을 솔직하게 써서 내요. 반 아이들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을 써야만 상을 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코끼리 똥이나 치우는 직업이라고 놀림받던 친구가 동물원 사육사라는 진솔한 꿈으로 상을 받게 됩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면 그 꿈을 닮아간다."


언제나 가슴에 담고 있는 문장입니다. 꿈이 이루어진다고 했으면 마음이 가지 않았을 거예요. 꿈을 그리며 노력하다 보면 꿈과 닮은 삶으로 충만할 거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았거든요. 반드시 이루어내지 않아도 돼요. 직업을 의미하는 꿈은 없어도 괜찮아요. 하고 싶은 것을 향해 가는 길에서는 자신이 한 모든 것들이 의미 있는 것으로 남아 있을 테니까요. 그러다가 언젠가 그것이 선물처럼, 다른 길 위에서 반짝이게 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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