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by 김다노 : #학교 #마음
"유치원 다닐 때, 일요일 밤에 하는 개그콘서트를 보면 슬펐던 기억이 나요."
엄마 아빠와 함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에 홀로 슬퍼하던 대여섯 살의 꼬마를 떠올리니 순간 마음이 울컥해졌어요. 유치원 친구들 때문에 마음앓이를 하면서도 그 꼬마는 밖으로 제 마음을 풀어내지 못했던 거예요. 직장인들의 비슷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도 친구들에게 거절 못하는 아이로 여겨지는 소녀의 어릴 적 일화는 애잔함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외할머니 댁에서 돌아오는 늦은 밤이면 한강 다리를 건너는 차 안에서 아른거리는 야경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혼자만의 마음을 가졌던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은 월요병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 마음은 비단 어른들만의 것은 아닌가 봅니다. 유난히도 일어나는 게 힘들고 나가는 게 귀찮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집에 있고 싶을 때.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후 더 쉬고 싶어질 때. 숙제를 다 하지 못했거나 부담되는 시험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요. 물론 이유 없이, 혹은 친구들 때문에 매일 가기 싫은 아이도 있고요.
그런데 '마음대로 학교'라니. 잠옷을 입고 신나는 표정으로 학교에 가는 아이가 그려진 책표지를 보면 얼른 그 엉뚱한 소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집니다. 하라는 가기 싫은 학교에 옷이라도 제 마음대로 입고 가겠다며 잠옷을 입고 책 대신 베개를 가방에 넣어 등교합니다. 그 모습이 부끄러운지 친구조차 멀찌감치 걸었지만 정작 학교에 도착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갑자기 학교 건물들이 납작해지더니 학교가 푹신푹신하고 새하얀 침대로 변한 거예요. 그곳에서 아이들은 하루종일 마음껏 뛰다가 힘들면 잠도 자면서 신나는 학교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다음 날 하라는 수영복을 입고 학교에 가요. 그러자 학교는 아주 멋진 워터파크로 변하게 되지요. 더운 여름날이어서 선생님들조차 슬며시 발을 넣고 싶어 하는데 단 한 사람, 콧수염이 시옷 자 모양으로 난 교장 선생님만 이러한 일들에 잔뜩 화가 납니다. 교장 선생님은 다시 학교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다음 날은 아이들에게 모두 체육복으로 입고 오라고 해요. 아이들은 유난히도 짙은 초록색 때문에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메뚜기라는 놀림을 받게 하는 체육복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고 가요. 그런데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관을 쓰고 간 하라 덕분에 또 다른 신나는 일을 겪게 되지요. 동화는 교장 선생님의 유쾌한 반전 이야기를 끝으로 아이들에게 환한 웃음을 준답니다. 단편이라는 게 아쉽다며 장편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말처럼 저도 2편을 기다리게 되네요.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만의 일상의 세상으로 가고 싶지 않은 날이 있어요. 저도 출근길에 차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때가 있지요.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춘 차 안에서, 핸들을 돌려 원하는 곳으로 가 자유를 누리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하다가 파란 불에 이내 직진하며 웃었던 적도 있네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생각만으로도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상상. 순간을 날아오르게 하는 영화 같은 장면들이 일상에 잠시나마 마법을 주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야 하는 일터도 자신의 옷이나 소품과 관련된 곳으로 바뀐다면 어떤 걸 선택할 것인가요? 저는 여권과 모형 에펠탑을 들고 편안한 여행복 차림으로 가고 싶네요. 파리 생 미셸 광장 근처에 있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종일 토록 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