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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은 Apr 03. 2024

다를 뿐이에요 _ <라곰 패밀리>

_ by 김다해 : #다름 #입양 #가족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12살의 수아는 가족의 가슴 아픈 비밀을 알게 됩니다. 아빠에게 어릴 때 잃어버린 동생이 있었는데, 스웨덴으로 입양 갔던 그녀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온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고모의 이름이 자신과 같은 '수아'라니 놀라움의 연속이었지요. 평생 응어리진 가슴으로 살아왔을 할머니와 아빠는 고모와의 만남을 벅찬 마음으로 고대합니다. 


작가는 입양 간 한 여성의 기사를 보고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해요. 어렵게 아버지를 찾았지만 자신을 혈육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던 아버지는 결국 만난 지 10분 만에 나가버리고, 이후 몇 달 만에 숨을 거둬 그녀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에 대해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기사였어요. 낯선 언어와 문화 속에서 그녀가 겪었을 굴곡의 인생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깊이 맺힌 옹이를 이겨내며 찾아온 고국에는 차디찬 냉대만이 그녀를 맞이했던 거예요.


픽션 같은 현실에서의 일이 다행히도 동화 속에서는 따스한 결말을 맺습니다. 다시 만난 수아네 가족은 스웨덴어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는 ‘라곰’ 패밀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서로 간에 40년이라는 긴 시간의 홀이 있었으니까요. 고모는 여느 집과는 조금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있었어요. 그녀는 백인 여성과 결혼하여 흑인 여자 아이를 딸로 입양해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꿈에도 그리던 딸의 낯선 상황을 할머니는 곤혹스러워해요. 


"내가 자슥 잃가삐리고 사십 년을 넘들허고 다리게 살아와따. 캐서 울 새끼들만큼은 넘들맨치로 살라꼬 올매나 빌었는지 모린다. 헌데 해필이모 재우 찾은 느그 고모가 내맨치로 또 넘들이랑 다리게 산다 카니깐 내 속이 문드러지는 기라. 캐도 우야겠노. 넘들헌테 피해 주는 것도 아이고 지가 행복하다는데 받아들여야지 별도리가 있나. 넘들허고는 쪼매 달라도 지 하고 싶은 거 하민서 살 수 있으모 그걸로 된 기다." (p.138)


평범하다는 것은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같은 문화라고 하더라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여겨지기도 하고요. 우리 문화, 그리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과연 그것을 이상하게 취급해도 될까요. 할머니에게는 무척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가족은, 모성은 그 모든 것을 뛰어넘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못해준 것들을 성급히 다 해주려던 할머니는 '아주 빠르게, 긴 시간을 넘어오지 말라'는 고모의 말에 서운해하면서도 딸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은 수아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고모 가족을 친구들에게 당당히 소개하지 못하다가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조금씩 성장하게 됩니다. 항상 다수는 옳고 소수는 틀린 게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그저 다를 뿐이니까요. 입양과 동성 가족이라는, 동화로서 다소 어렵고 낯선 주제를 품고 있지만 함께 이야기하며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시선을 나누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세요.


- <너에게 하고 싶은 말>, 김수민



✐ 우리가 생각하는 '다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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